[글로벌 이슈] 푸른 하늘의 날

1952년 12월, 영국 런던에 4일간 유례없이 짙은 안개가 꼈다. 가시거리는 고작 몇 미터 정도로 짧았고, 지하철을 제외하고는 대중교통이 중단되었으며 구급차 서비스가 중단되어 개인이 병원으로 이동해야 했다. 심지어 연기는 실내까지 침투하여 무대와 스크린을 좌석에서 보기 어려워짐에 따라 콘서트와 영화 상영이 취소되었다. 13세기부터 짙은 안개와 스모그를 경험해왔던 런던이지만 이 사건은 영국 역사상 최악의 대기 오염 사건이었으며, ‘런던의 그레이트 스모그’로 명명되었다. 4일간 도시에서 4,000명의 사망자가 보고되었고, 그 후 8,000명의 관련 사망자가 보고되며 스모그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는 약 12,000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대기 질과 건강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

산업 혁명 이후 인류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사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화학물질과 가스를 대기 중에 방출해왔다. 런던 스모그나 LA 스모그와 같이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하며 발생한 극심한 대기 오염을 겪으면서 청정한 대기를 위한 수많은 법률이 제정되었지만 그 노력은 아직까지 충분치 않다. 대기 오염은 지구상에서 가장 심각한 환경 문제로 꼽히고,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대기 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거의 700만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다. WHO는 대기오염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가 없다면 205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인간 10명 중 9명은 현재 오염 물질에 대한 WHO의 지침 한도를 초과하는 공기를 마시고 있으며,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고통받고 있다.

대기 오염은 기후 변화를 촉진시키는 동시에 기후 변화에 의해 악화되기도 한다.

이산화탄소 및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 및 오존 등의 기후 오염 물질 배출 역시 대기 오염의 한 형태이다. 이는 대기 오염 관련 사망의 상당 부분과 작물과 식량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책임이 있다. 또한 다른 유형의 대기 오염인 스모그는 더운 날씨에 내리쬐는 자외선과 화학 반응하여 광화학 스모그(LA형 스모그)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 현상은 지구 가열화에 의해 심화될 수 있다.

기후변화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의 생산을 증가시킨다. 극심한 날씨와 홍수 증가로 인한 습기로 인해 곰팡이가 증식하며 곰팡이에 노출되면 천식 발작 및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곰팡이는 치명적인 독소를 내뿜는다.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해 꽃가루 생산 기간은 길어지고 식물들은 더욱 많은 꽃가루를 생산한다.

전 세계 대기 오염에 대한 최신 과학적 이해를 요약한 가장 최근의 세계 대기 현황 보고서는 우리가 탄소 오염을 줄이기 위해 행동하지 않으면 기후 위기가 대기 오염 문제를 크게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을 냉정하게 상기시킨다.

스모그는 눈과 기관지를 자극하고 특히 어린이, 노인 및 야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폐를 손상시키며 천식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증상을 강화하고 천식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기체든 고체든 공기 중 미세한 입자들은 폐와 혈류를 관통하여 기관지염을 악화시키고, 심장마비로 이어지고, 심지어 사망에 이르게 하기 때문에 특히 위험하다.

또한 많은 대기 오염 물질은 심각한 건강 위험을 초래하며 때로는 소량으로도 치명적일 수 있다. 가장 흔한 것 중 일부는 수은, 납, 다이옥신, 벤젠이다. 이것들은 대부분 화석연료를 연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미국 환경 보호국(EPA)에 의해 발암 물질로 분류된 벤젠은 단기적으로는 눈, 피부, 폐 자극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혈액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공기 중에 소량으로 존재하는 다이옥신은 단기간에 간에 영향을 미치고 면역, 신경 및 내분비계뿐만 아니라 생식 기능에 해를 끼칠 수 있다. 수은은 중추 신경계를 공격한다. 다량의 납은 어린이의 뇌와 신장을 손상시킬 수 있으며, 최소한의 노출조차도 어린이의 IQ와 학습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대기오염에 장기 노출되어 폐 기능이 저하되고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병에도 취약하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했던 COVID-19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대기오염 수준이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저소득층의 사람들이 훨씬 높은 비율로 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 거주지 근처에는 오염 물질을 내뿜는 시설들이 위치하고 있으며 배기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은 가정에서 질이 좋지 않은 연료를 태우면서 독성 물질에 노출된다.

푸른 하늘의 날은 2019년 9월 UN 기후행동 정상 회의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제안하였고 2019년 12월 제74차 유엔 총회에서 매년 9월 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International Day of Clean Air for Blue Skies)’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이는 세계 여러 나라가 미세먼지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대기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제고하는 한편, 오염 저감과 청정대기를 위한 노력과 국제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지정된 것이다.

결의 채택에 따라 국제사회는 2020년부터 매년 9월 7일에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을 기념하고 있으며 이날은 환경 분야 유엔 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이 이행 기구 역할을 맡았다. 또 유엔 회원국과 유엔 기구, 국제, 지역기구, 시민사회는 대기질 개선을 위한 국제협력을 증진하게 된다.

2023년 4번째 기념일을 맡는 푸른 하늘의 날은 ‘깨끗한 공기를 위해 함께(Together for Clean Air)’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대기 오염 극복을 위해 더욱 강력한 파트너십과 투자 증가, 책임 공유에 대한 긴급한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는 또한 대기 오염이 인간과 생태계 건강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에 대한 책임과 대기를 보호하고 모든 사람에게 건강한 공기를 보장하는 공동의 책임을 강조한다.

대기 오염에는 국경에 없기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선 전 세계의 협력이 필요하며 유엔 회원국, 개발 기구, 국제 및 지역 기구, 민간 부문 및 시민 사회와의 협력은 오염을 줄이고 대기 질을 개선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모든 사람은 공기를 정화하고 건강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또한 이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깨끗한 공기를 포함한 안전하고 깨끗하며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은 광범위한 인권의 완전한 향유에 필수적이다.

대기 오염은 인간의 건강에 가장 큰 환경 위험이며 사회는 경제, 노동 생선성, 의료 비용 및 관광에 대한 부정정인 영향으로 인해 대기 오염의 높은 비용을 부담한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은 대기 오염 통제에 대한 투자의 경제적 근거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오염 물질 감소가 전 세계에 미치는 공동 이익을 인식하여 대기 오염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