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에서 2023년 11월 30일부터 12월 13일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렸다. 금번 당사국총회는28년 총회 역사상 85,000여 명이 참석한 가장 큰 규모였으며 처음으로 기후위기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된 첫 합의문이 도출됐다. 또 선진국이 기후위기를 겪는 개발도상국에 금전적 보상을 하도록 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의 공식 출범도 이뤄졌다.

기후변화협약(UNFCCC)은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막화방지협약(UNCCD)과 함께 유엔의 3대 협약 중 하나로, 1992년 브라질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를 통해 발효된 이후 1995년부터 매년 당사국총회를 통해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한다.

최종합의문 주요 내용

COP28 최종 합의문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까지 공정하고 질서정연하고, 공평한 방식으로 에너지 체계에서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는 전환(Transitioning Away)’을 개시할 필요가 있다.”고 명기한 합의안이 최종 타결됐다.

COP28의 회장인 술탄 알 자베르 박사(Dr. Sultan Al Jaber)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사상 처음으로 (COP) 최종 협정에서 화석 연료에 대한 언어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 유엔 기후변화 사무총장은 “두바이에서 화석연료 시대를 종식시키지는 못했지만, 이번 결과는 화석연료 시대 종식의 시작”이라고 언급하며 “이제 모든 정부와 기업은 이러한 공약을 지체 없이 실제 경제의 성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28차에 걸친 COP를 통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화석 연료가 기후 변화의 주요 동인이라는 것을 오랫동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석 연료를 줄여야 한다는 내용은 최종 합의에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COP 26에서 유일하게 “수그러들지 않는 석탄 발전과 비효율적인 화석 연료 보조금의 단계적인 감축(phasedown)”을 합의하였는데, 이는 화석연료를 언급한 최초의 합의문이다. 그러나 석유와 가스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화석연료를 ‘퇴출’한다는 초기의 목표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COP28의 최대 화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합의문에 포함되는지 여부였는데,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며 해당 문구 대신 ‘전환’이 포함되었다. 해당 합의문에 대해서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동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화석 연료 채굴, 사용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의 주범이라는 과학계의 경고를 감안할 때 불충분한 합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또 이번 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기후협약 채택 이후 처음으로 실시된 전지구적 이행 점검(GST)을 통해 지구온도상승 1.5°C 목표 달성을 위한 2050 탄소중립 이행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여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했으나 당사국들의 기후 행동의 진전이 너무 더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리 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방안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2030년까지 전 지구적으로 재생에너지 용량 3배 확충 및 에너지효율 2배 증대, 원자력 및 탄소포집 활용 및 저장(CCUS) 등 저탄소 기술 가속화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생산량 확충에 대한 명확한 목표는 제시되지 않았고, 석탄화력발전에 대해 더 강력한 퇴출 의지를 담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1][2]

COP28, 어떤 성과 이뤄졌나?

  • 기후 손실과 피해기금’ 출범 합의[3]

산업화로 앞선 선진국이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발도상국에 금전적 보상을 하도록 하는 ‘기후변화 피해기금’이 2023년 11월 30일 공식 출범했다. 당초 이는 총회 막판까지 논의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개막 첫날 극적으로 출범을 선언하며 예상외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기금은 기후 재앙에 대한 선진국의 책임을 인정하고 개도국 지원을 위해 1990년대부터 논의됐지만, 선진국들의 미온적 태도에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았다. 그러다 2022년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처음으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졌는데, 이후 기금 규모와 관리 기관, 분담금 비율 등의 세부안을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이어졌다.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협정 초안에 따르면 기금은 유엔 산하 기관으로 출범하게 된다. 기금 출범과 함께 공개된 기금 규모는 COP28 의장국인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약 1300억 원), 영국이 7500만 달러(약 1000억 원), 미국과 일본이 각각 1750만 달러(약 230억 원)와 1000만 달러(약 130억 원) 등이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견 차이로 기금 공여의 주체, 범위, 의무 여부 등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로 기금이 출범하면서 해당 기금이 개도국들의 손실과 피해에 실제 도움이 되기까지는 난관이 많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에 관한 서약’ 등 체결

UAE가 주도한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에 관한 서약’도 COP28의 주요 성과로 꼽히는데,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3배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 이상 끌어올리는 것에 123개국이 합의했다. 특히 이산화탄소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 2위를 차지하는 메탄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80%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위 중국과 3위 인도, 주요 석유·천연가스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는 본 서약에 서명하지 않았다.[4][5]

여기에 미국·프랑스·영국·UAE·스웨덴 등 전 세계 22개국은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원전을 청정에너지로 인정하고, 원전 용량을 오는 2050년까지 2020년 대비 3배 이상 확대하는 ‘넷제로 뉴클리어 이니셔티브 (NetZero Nuclear Initiative)’채택에 참여했다.[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