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아젠다는 평화 없는 지속가능발전은 불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두려움과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밝힌다.

범죄와 폭력의 발생을 줄여 나가는 것은 인간 복지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필수 요건이며, 일상에 존재하는 범죄는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문제다. 인류 생명과 삶의 질에 대한 폭력인 범죄를 예방하는 것은 기후 변화만큼이나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을 요구한다.

ASEZ는 지역의 범죄 실태를 공유하고, 활동 필요성을 알리며, 지역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이끌기 위한 RCT Reporters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11월과 12월, 연세대, 이화여대, 부산대, 경북대, 충남대 등 국내 20여 개 대학 ASEZ 회원들은 각자가 속한 캠퍼스 및 지역을 돌며 범죄 예방 활동이 필요한 곳을 조사했다.

많은 회원들이 범죄 발생 위험이 높은 장소로 ‘원룸촌 골목’을 꼽았다. 유동인구가 적고 대체로 어두운 지역이 많았으며, CCTV 사각지대도 상당수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학 기숙사 내 택배보관소에서의 분실사고 빈도 수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들은 이에 대응하는 활동을 계획하고 실행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에서 이루어지는 범죄 예방 활동들을 찾았다.

서울시 ‘살기 좋고 안전한 동네 만들기’, 대전광역시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 구미시 ‘반딧불이 세이프 존’과 같은 범죄예방 환경설계(CPTED)사례와 더불어, 대학생 재능기부, 청소년 문화활동, 선플운동, 도시 사업 공모전과 같은 참여형 프로젝트 등을 조사했다. 범죄 불안감 감소, 마을에 대한 애착심 함양 및 실제 범죄 예방에 기여하는 정도를 파악하고, 각 프로젝트의 한계성을 찾아 이를 보완하는 방법을 모색하기도 했다. 개선이 필요한 내용들 중에는 국가와 도시의 지속적인 관여, 예산 확충, 교육에 대한 투자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 많았으며, 특히 CPTED의 경우 대부분의 사례에서 사후관리와 홍보 활동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사회적 무관심도 범죄 예방 활동 필요성이 공론화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됐다.

대학생 차원에서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많은 학생들이 “지역 파트너십 강화를 통한 공동 활동 실행”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예로 성신여대는 지역 경찰서, 대학생 주거지 내 건물 소유주 등과의 협업을 통해 방범장치 설치, 관할 지구대 순찰지 확대, 캠퍼스 주변 보안 취약지 합동점검 등을 이어가고 있다. ASEZ 회원들도 이번 활동으로 각 대학이 속한 지역의 경찰서를 방문해 경찰관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 범죄 예방 활동 활성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면서 공동 활동의 방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인류의 삶과 미래, 그리고 안전은 불가분의 관계다.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세상의 그 어떤 합리적인 사회 경제 시스템과 복지정책도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안전하게 보호한다는 것은, 그 모든 사회적 틀과 시스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우리의 관심과 참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공공기관, 대학, 지역주민, 상인 등 많은 이해당사자들 간 협업과 참여로 이루어진 지속적인 활동은 지역 유대를 강화시키고, 모든 구성원들이 공동체의 ‘눈’이 되어 서로를 지킬 수 있게 하는 힘이 될 것이다.

*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도시 및 건축설계를 통해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