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 북극 한파의 습격, 얼어붙은 유럽

영화 <투모로우>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빙이 녹으며 해류의 흐름이 바뀌고 이로 인해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인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영화는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따뜻한 겨울을 보냈던 유럽이 올해는 겨울 초입부터 폭설과 모든 것이 얼어붙는 한파를 경험하고 있다. 눈이 잘 내리지 않았던 프랑스 남부 지역이나 이탈리아 로마에도 폭설이 내렸다. 유럽 곳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설로 인해 항공편과 열차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며 한 때 유럽 일대 교통망이 마비되었다.

시베리아는 이례적으로 12월 초에 영하 58도의 혹한을 기록했다. 수도인 모스크바는 12월 3일에만 불과 12시간 사이에 15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 날 내린 눈은 러시아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45년간 가장 많은 강설량이었다.

독일 남부에 위치한 뮌헨은 44cm의 강설량을 기록했는데, 이는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양이었다. 루마니아는 400개 이상의 지역에서 폭설로 인한 정전이 발생했다. 불가리아는 눈보라로 인해 1,000개가 넘는 마을에 전력 공급이 끊기는 피해도 있었다. 눈길로 인해 교통사고 사상자가 발생했고, 국무총리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까지 했다. 스웨덴, 노르웨이 및 핀란드에서는 영하 15도에 이르는 한파가 관측되었고, 잉글랜드 북서부 지역에서는 30cm가 넘는 폭설로 인해 교통이 마비되고 전력이 끊겨 13,000명이 혹독한 추위에 떨어야만 했다.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 일부 지역은 한파의 영향이 지속되어 12월 내내 강설이 예상된다. 프랑스 기상 학자 Nahal Belgherze는 올 겨울 유럽은 2010년 이후 가장 많은 눈이 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겨울 한파의 원인, 북극진동

지구 온난화로 전 세계가 걱정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기습적인 한파는 무엇 때문에 발생한 것일까? 북반구 혹한의 원인은 북극진동(Arctic Oscillation)이다. 북극진동은 약 10년 주기로 북극을 둘러싼 제트기류가 바뀌면서 북반구의 찬 공기가 남하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제트기류는 북반구의 고위도 지역과 저위도 지역의 중간에 위치해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저위도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찬 공기를 둘러싸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냉기가 흘러나오기 때문에 북극의 온도는 올라가는 대신 저위도 지역에서는 혹한 등의 이상저온 현상이 발생한다.

이처럼 제트기류가 약화되는 것은 지구 온난화 때문이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열균형을 유지하는 해빙이 녹게 되면 바다 면적이 점차 넓어지고 반사율이 떨어지면서 더 많은 열을 흡수하게 된다. 이렇게 북극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북극과 중위도의 기온 차가 줄어들면 북극의 찬 공기를 감싸고 있는 제트기류가 약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 아래로 내려가면서 북반구 겨울철 한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21년, 미국 남부의 텍사스주에서 사상 초유의 한파, 폭설로 인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지구를 데우는 슈퍼 엘니뇨

지구의 북반구는 폭설과 강추위로 곤혹을 겪는 반면, 남반구는 폭염과 폭우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하반기 날씨가 특히 극심한 변덕을 부리는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엘니뇨의 결합으로 인한 현상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엘니뇨는 태평양 동쪽 적도에 위치한 ‘엘니뇨 라니냐 감시구역’의 표층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현상으로, 지구온난화를 더욱 가속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엘니뇨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그 영향이 확대되어 이상기후 현상을 야기한다.

올해는 슈퍼 엘니뇨가 예고된 가운데 엘니뇨가 새로운 차원의 전지구적 경제 위협을 가져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엘니뇨는 지구의 온도를 높이고 남미 일부 지역의 강수와 아프리카 가뭄을 부채질하고,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트려왔다. 이는 건강, 식량 안보, 물 관리,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온실가스 축적과 엘니뇨 재발로 올해부터 향후 5년이 역대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98%에 달하며, 지구 기온이 미지의 영역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의 댈러스 연방준비이사회는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에 엘니뇨까지 겹치는 이중고에서 국내총생산(GDP)과 사람들의 소득 규모가 영구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기상기구는 현재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섭씨 1.43도 높은 사상 최고를 기록하고 있으며 남극의 해빙은 사상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기상기구는 온난화 엘니뇨 기후 패턴이 적어도 2024년 4월까지 지속돼 기온이 더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의 사무총장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는 5월에 발표한 성명에서 “이는 건강, 식량, 안보, 물 관리, 환경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는 준비가 필요합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이상기후 현상에 시달리는 가운데 엘니뇨가 여전히 발달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24년에는 올해보다 더 심각한 이상기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의 혹독한 한파도, 호주의 무더운 열섬 현상도 모두 지구 온난화로 야기된 이상기후 현상이다. 지난 11월은 역사상 가장 따뜻한 11월로 기록되었지만 앞으로 지구의 온도는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장차 국제 사회가 더욱 극심한 경제위기, 국제 갈등, 전염병, 식량 안보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을 의미한다.

온 인류가 전례 없던 위기 상황을 맞닥뜨린 지금, 멸망이 아닌 발전된 미래를 바란다면 우리 모두가 마음을 모아 기후 위기 해결에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리가 행동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