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날은 1948년 12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회 국제연합(UN) 총회에서 세계인권선언(UDHR)이 채택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던 20세기, 사람들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과 재산피해를 낳은 2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의 사망자는 1차 대전의 일곱 배(약8천만 명)에 달했으며, 이 중 대략 5천만 명은 기아, 폭격, 전쟁범죄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였다. 유럽에서만 2,100만 명의 난민이 발생했으며 중국에서도 수 백만의 난민이 발생했다. 일본에서는 폭격으로 인해 전체 도시 인구의 30%가 집과 재산을 잃었다. 전쟁에 동원된 비용은 총 1조 달러로 추정되며 전쟁에 참여한 나라들은 막대한 전비 지출에 경제가 완전히 마비되었다.

당시 전 세계의 충격적인 인권침해 실태를 목격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자리잡았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유엔 인권 위원회가 조직되었고,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를 정하는 ‘세계 인권 선언’을 제정하여 발표했다.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58개의 유엔 가입국이 참여하여, 1947년 1월부터 1948년 12월까지 2년 동안 선언문을 완성하기 위해 총 1,400번의 논의와 투표를 진행했다. 이러한 노력 끝에 1948년 12월 10일, 파리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전문과 30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세계인권선언문이 50개국의 찬성으로 채택되었다.

세계인권선언은 인종, 피부색, 종교, 성, 언어, 정치적 또는 그 밖의 견해, 출신 국가 또는 사회적 신분, 재산의 많고 적음, 출생 또는 기타 지위에 관계없이 “모든 장소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보편적 인권 개념을 천명한 최초의 선언이다. 이는 5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는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번역된 문서로 기네스 세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비록 선언문 자체로는 직접적인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이를 기반으로 수많은 인권 조약들이 탄생했고 선언의 내용이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 헌법과 기본법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세계인권선언은 구속력을 가진 국제관습법의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테마: 더 나은 회복 – 인권을 위해 일어서자

UN은 세계 COVID-19 위기가 빈곤의 심화, 불평등의 증가, 구조적이고 고착화된 차별의 증폭을 야기하여 인권 보호 수준의 격차를 발생시켰다고 알리며,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조치만이 우리가 더 탄력적이고,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회복하는 것을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20년 인권의 날 테마를 COVID-19 대유행과 관련한 ‘인권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삼았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레스는 인권의 날을 맞이하여 “COVID-19 팬데믹이 일선 근로자, 장애인, 노인, 여성 및 소녀, 소수자를 포함한 취약한 집단에 불균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는 빈곤, 불평등과 차별, 자연 환경의 파괴 또는 기타 인권보장의 실패로 인해 우리 사회에 엄청난 취약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COVID-19는 시민의 공간과 언론자유를 축소하려는 강력한 보안 대응 및 억압적 조치를 야기하여 인권을 훼손시켰다.” 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대유행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은 연대와 협력이 기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열적인 접근, 권위주의, 민족 주의는 세계적 위협에 맞서는 의미가 없다.”며, “COVID-19를 대응하고 일상을 회복하기 위한 중심에는 인권이 있다. 인권의 회복이 우리의 중심이 될 때, 양성 평등, 위기 대응, 지속가능한 개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미셸 바첼렛(UN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Michelle Bachelet) 역시 2020년 12월 10일 인권의 날 기념 성명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문제 해결의 핵심 열쇠가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몇 주 동안 백신 개발에서 놀라운 진전이 있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의료용 백신이 결국 COVID-19로부터 우리를 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백신만으로는 팬데믹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예방하거나 치유할 수 없다. 기아, 빈곤, 불평등, 기후 변화뿐만 아니라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수많은 재난에 대한 백신은 따로 있다. 그것은 팬데믹, 금융 위기 및 두 차례의 세계 대전을 포함하여 과거 대규모로 일어났던 세계적 충격의 여파로 우리가 개발한 백신이다. 그 백신의 이름은 인권이다.”

인권과 지속가능개발목표

UN의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는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되는 UN과 국제 사회의 최대 공동목표이다. ‘아무도 소외되지 않게 한다(Leave No One Behind)’는 이념 아래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구성되어 있는 SDGs는 지구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미래세대에게 더 나은 지구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위한 정부, 민간단체,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제시한다.

SDGs는 빈곤 퇴치 및 경제성장 촉진, 불평등 해소, 교육 및 의료환경 개선 등의 사회적 요구를 해결하는 동시에 기후 변화 대처 및 자연을 보존하는 실천을 통해 지구의 모든 사람들이 평화와 번영을 누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모두가 보편적 인권을 보장받도록 하는 구체적 실천의제가 지속가능개발목표의 핵심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존엄성 즉 인권이 결여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 추진을 바랄 수 없다.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의 빈곤층과 소외계층은 교육, 의료, 일자리와 같은 기본 권리를 박탈당해 더욱 큰 피해를 입었고 불평등과 갈등, 폭력 등으로 인해 인권침해가 심화되었다. UN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아무도 소외되지 않는 더 나은 회복을 위해 지속 가능한 개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세계 인권의 날 세계 각국의 행사

12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OHCHR)이 주최한 “Recover better: Stand up for Human Rights” 온라인 행사를 진행했다. 90분가량 이어진 행사를 통해 COVID-19 회복을 위한 인권의 중요성을 밝히며, 더 나은 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조직적 연대의 필요함을 강조했다.

UN은 ‘COVID-19 최전방 영웅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온라인 행사에서는 대유행의 직격탄을 맞은 일선 근로자들과 주변 사람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한 지역사회의 조직위원들을 집중 조명했다.

우간다에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대회를 개최해 COVID-19 대유행과 관련된 광범위한 인권문제를 성찰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야외 사진전을 통해 대유행 기간 동안 소외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했고, 중남미에서는 온라인 콘서트를 개최해 음악을 통한 인권의 회복을 도모했다. 그 외에도 각국의 지자체, 비정부기구들은 인권 포럼, 캠페인, 공모전, 전시회 등을 개최하여 인권의 날을 기념하고, 모두의 인권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ASEZ, 사람이 먼저다(PEOPLE FIRST) 캠페인 진행

세계인권선언이 발표된 지 7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도 인권유린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인권’의 개념은 어렴풋이 알지라도 인권이 확립된 배경과 인권이 어떠한 권리를 포함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UN의 회원국들은 UN과 협력하여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함께 존중하고 증진시키자고 약속했지만 이러한 서약을 온전히 실현하려면 인권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다.

따라서 ASEZ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존중받아 마땅한 권리이자 존중해야 할 의무인 인간의 기본권을 자세히 알리고 인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전 세계의 대학에서 매년 12월 10일, 인권의 날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사람이 먼저다(People First)’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사회적 약자와 타인의 인권에 관심을 넓히고 팬데믹 시대에도 변함없이 사람을 가장 우선시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자는 취지를 알렸다.

평화 속에서도, 국가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팬데믹 시대에도 건강할 권리, 행복을 추구할 권리, 교육받을 권리,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할 권리 등은 인간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변함없이 누려야 할 ‘인권’이다. 하지만 지금 아주 작은 바이러스 앞에 많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위협받고 있다.

지금 가장 고통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고통받고 있으며, 그들의 인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할 때 우리는 ‘더 나은 회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타인과 사회적 약자, 소외되어서는 안 되는 모든 사람들의 인권을 함께 돌아볼 수 있도록 ‘사람이 먼저다’ 캠페인은 인권에 대한 영상과 카드뉴스를 시청 및 정독하고, 세계인권선언문을 읽고 퀴즈를 풀어 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사람’의 권리에 대한 ‘관심’은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세상을 만드는 강력한 영향력이 될 것이다.

“인권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그것은 아주 작은 곳에서 출발한다. 너무나도 가깝고 작아서 세계지도에서 찾아볼 수도 없는 그런 곳 말이다. 가까운 곳에서 평등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의 협력된 행동 없이는, 더 큰 세상에서도 우리는 진보하지 못할 것이다.”

UN 인권위원회의 의장이었던 엘리노어 루즈벨트(Eleanor Roosevelt)의 말처럼, 보편적 인권의 달성은 한 사람의 작은 행동에서, 나의 실천이라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지금 당장 세계인권선언문을 읽어보고 주변을 돌아보아 진보된 세상을 위한 나의 영향력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