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의
‘정의, 正義 Justice’: 사회 유지를 위해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가치
오늘날 기후 변화는 전 세계적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저소득층, 원주민, 유색 인종 등 소외된 공동체가 최악의 결과에 직면하는 현실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는 상대적으로 극소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 영향을 표시하는 지도에서 항상 최고 수치의 영향을 받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압도적 지분을 차지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부와 자원의 차이로 인해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이 가장 적은 나라들이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등장한 개념이 바로 ‘기후 정의’이다.
구성원들이 공정하고 올바른 상태를 추구해야 한다는 ‘정의’의 개념이 기후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소외되거나 취약한 인구에 대한 기후 변화의 불평등한 영향에 초점을 맞춘 기후 행동에 대한 접근 방식이다. 기후 변화 부담을 공평하게 분배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해,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기금을 마련하거나 기후 변화에 대처할 재정 및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노력이 포함된다.
기후 정의가 올바르게 실현된다면, 국내외에서 점점 커지는 기후 변화로 인한 부담을 줄이고, 책임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심각해진 기후 문제가 인권 문제로 직결되는 갖가지 상황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 변화가 인권에 미치는 영향
오늘날 기후 변화는 인간이라면 가장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할 인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후 변화는 더 이상 일률적인 문제가 아닌 다양한 분야의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생존권: 식량 문제
2022년,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는 2050년까지 지구의 식량 공급이 4%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세기말에 온실가스 저감 대책이 미비할 경우, 세기말의 밀 생산량은 지금보다 20~30%나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2023년 3월 아르헨티나를 덮친 53년 만의 폭염과 가뭄으로 인해 식량 생산이 현저히 줄었는데 그 결과 세계 옥수수 공급량은 전년 대비 약 14% 감소하였다. 인도에서는 폭염과 호우로 인해 쌀 가격이 급등하며 일부 품목 수출이 금지되었고, 태국은 엘니뇨의 영향으로 비가 내리지 않아 쌀 생산량이 줄어들어 수출 가격이 작년 대비 24% 상승했다.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가뭄으로 인해 쌀 가격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후 변화로 인한 식량 생산의 감소와 급격한 인구 증가가 맞물리면서 현재 식량 문제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온화, 물 고갈, 가뭄, 홍수 등 기후 변화가 초래한 여러 요인들이 식량 공급망의 붕괴와 식량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고 말하며, 취약층의 생존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건강권: 질병
기후 변화는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로 부각 되고 있다. 미국과 스웨덴의 공동연구팀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잘 알려진 감염성 질환 중 375종 중 58%인 218종이 기후 변화로 더욱 악화되었다고 분석됐다.
이러한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온난화, 가뭄, 폭염, 산불, 극심한 강수량, 홍수, 폭풍, 해수면 상승, 토지 피복 변화 등이 있다. 이는 기후 변화로 인해 더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며, 사람들이 감염성 병원체와 더 가까워지도록 만들어 감염의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특히 온난화와 강수량 변화는 모기, 진드기, 벼룩, 새, 바이러스, 박테리아 등의 활동 범위를 확장 시켰다. 이로 인해 뎅기열, 치쿤구니아, 흑사병, 라임병 등과 같은 질병의 확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또한 사람들의 이동 방식을 변화시켜 새로운 병원체와의 접촉을 증가시키고 있다. 태풍, 홍수, 해수면 상승등은 렙토스피라증, 크립토스포리디움증, 라사열, 콜레라, 살모넬라증, 폐렴 등과 같은 질병의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되도록 만든다.
주거권: 기후 난민
기후 변화는 사람들의 주거 환경을 앗아간다. ‘근본적으로 특이한 범위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들로 인해 자신의 생활 터전에서 더 이상 안전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을 ‘생태학적 난민’이라고 정의하며, 특히 기후 변화로 거주지를 잃은 사람들을 ‘기후 난민’이라 칭한다. 엘니뇨-라니냐 현상, 사막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난민이 이에 속한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2009년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15)에서 ‘2050년, 최대 10억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전망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8이 기후 난민이 되는 셈이다.
기후 난민의 양상은 다양하다. 기후 난민의 60%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홍수로 인해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고 사막화에 의한 기후 난민도 다수 발생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CCD)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매년 약 2,150만 명의 기후 난민이 발생했는데, 이들 대부분은 섬나라 출신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이상 기후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서는 매년 인구의 50% 이상이 기후 난민으로 전전하기도 한다.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과 ASEZ의 노력
기후 정의의 핵심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공정하게 분담하는 것이다. 이 핵심 질문에 직면한 각국은 1992년 6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 환경 개발 회의(UNCED)’를 열고 ‘기후 변화 기본 협약(FCCC)’의 초안을 작성했다. ‘환경 개발’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협약의 근본적인 목표는 기후 변화에 대한 행동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행동 조정이었다. 이처럼 ‘기후 정의’라는 용어 정립 전부터 해당 문제는 기후 협상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마침내 2000년 제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6)와 동시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된 최초의 기후 정의 정상회의가 열렸다. 이곳에서 ‘기후 변화가 인권 문제임을 분명히 하고, 국가와 국경을 넘은 동맹을 구축’하겠다는 약속이 선포되었다. 이후 2007년에 열린 제13차 당사국 총회(COP13)에서는 기후 정의를 위한 글로벌 연합 ‘Climate Justice Now!’이 설립되었으며 2008년 제네바에서는 기후 정의에 초점을 둔 국제사회복지협의회 총회가 열렸다. 이어서 이듬해 2009년 코펜하겐 정상 회담에서는 기후 정의 행동 네트워크(Climate Justice Action Network)가 결성되는 등 진정한 기후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ASEZ 역시 기후 정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ASEZ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육상 생태계를 보전하는 ‘ASEZ Green Carbon’(이하 AGC) 활동과 해양 생태계를 보전하는 ‘ASEZ Blue Carbon’(이하 ABC)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육상, 해양 생태계를 보전함과 동시에 탄소 배출량을 줄여 궁극적으로 탄소 중립 실현에 기여를 한다. 또한 각국 정부 기관, 지자체, 국제기구 등과의 MOU 및 간담회를 통해 각국의 지역 사회 및 기후 취약 지역에 실질적인 도움의 행동을 모색하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공동의 책임과 공정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명시적 정의(定義)를 뛰어넘는 진정한 정의(正義)의 실현일 것이다. 그 누구도 기후 변화로 고통받지 않는 행복한 세상의 도래는 이에 달렸다. 모두의 노력이 하나가 되어 기후 정의가 실현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