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모두의 책임, 넷제로(Net-Zero)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이미 국제사회가 합의한 1.5˚C의 목표를 알고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후 재앙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 것이고 더 이상 기후변화가 아닌 기후 위기로 닥친 현실을 체감했을 것이다.
위기감을 느낀 국제사회는 각종 국제회의를 열어 협약을 채택하고, 협약을 실행할 기구를 설립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들이 기후 위기를 막기에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기후 위기가 이미 수십 년간 경고되었으며 탄소 배출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도, 국제사회가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랜 기간 노력해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예견된 재앙을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탄소 배출,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지난 100년간 인류는 역사상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했고 우리 모두는 그 수혜자들이다. 세계 경제는 끝없는 성장을 현대사회의 진리처럼 받아들였고 이는 더 많은 생산과 소비를 부추겼다. 그 결과는 인류의 존망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로 나타났다.
문제는 기후 위기가 인간의 경제활동과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인간의 경제가 굉장히 복잡한 형태로 얽혀있듯이 탄소 배출의 문제 역시 사회구조 전반의 변화와 관련이 있으며, 그 책임과 부담을 누가, 얼마만큼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그에 대한 실행이 필요하다.

쉬운 예로,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자동차만이 문제가 아니라,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 역시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 이동수단으로 인한 탄소 배출은 줄었지만 인터넷 사용이 40%나 급증했다. 때문에 4천 2백 6십만 메가와트시에 해당하는 추가적인 전력 사용이 요구됐다.
지구가 감당해야 할 인구는 2022년 11월 15일 자로 80억 명을 돌파했다. 우리는 아직도 매해 탄소 배출량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탄소 배출의 원인은 너무나도 다양해서 어느 한 부분만 고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개발도상국들은 경제성장과 부의 축적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선진국들은 많은 부분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이루어 내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특정 국가의 영토 내에서 탄소중립을 이루더라도 해외에서 고탄소 제품을 수입하는 문제도 존재한다. 국제사회에서는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누가 얼마나 양보할 것인가, 탄소 배출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끊이지 않고 이루어져 왔다. 국제사회가 필요한 만큼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는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이러한 복잡한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변화에 익숙해질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사회를 고쳐 나가기엔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 재앙은 날마다 더욱 강력하게, 더욱 심각한 모습으로 닥쳐올 것이다.

공동의 목표, 넷제로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 공동의 목표를 설정했다.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C로 제한할 것. 이 이상 상승할 경우 이상기후 및 기후 재앙이 감당 못할 수준으로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는 산업화 이전에 대비해 이미 1.2˚C 상승했으며, 이에 대응하는 발 빠른 행동이 시급하다.
각국 정부는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1.5˚ C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넷제로를 실천할 것을 약속했다. 즉, 온실가스 배출 감축은 물론 나무 심기나 탄소 포집기술 등을 통해 배출된 만큼을 상쇄시켜 순 배출량을 2030년까지 45% 수준, 2050년에는 0으로 만드는 것이다.
넷제로는 탄소중립이라는 용어와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는데, 비슷한 개념이지만 조금 다르다. 1997년 교토의정서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과 같은 6대 온실가스를 정의했다. 지구가열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산화탄소이지만, 기타 온실가스가 기온 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넷제로는 6대 온실가스를 모두 포함하여 순 배출량 0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산화탄소만을 다루는 탄소중립보다 더 넓은 범위의 목표이다.
넷제로를 빨리 달성할수록 최악의 기후 위기를 벗어날 확률이 높아지지만 현재의 실천은 1.5˚C의 한계점을 지키기엔 너무나 부족한 실정이다. 개인 차원의 일상생활 속 탄소 절감 실천도 필요하지만 기업과 정부의 탈 탄소화 정책 실행이 반드시 요구된다. 또한 선진국은 높은 기술력과 고급인재, 자본을 이용해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환경복원을 위해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하며 개발도상국들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계자원연구소(WRI)는 넷제로 달성을 위해 다음과 같은 10가지 솔루션을 제안했다.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 청정에너지와 에너지 효율 개선에 투자, 건축물 개축, 소재의 탈탄소화,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 대중교통 이용량 증가, 항공과 해운의 탈탄소화, 산림복원, 음식물 쓰레기 및 폐기물 감량, 육식 자제 등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인류의 숙제를 더 이상 미루며 외면할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발 벗고 나서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사회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발전했고, 경제성장이라는 신화가 탄소 배출과 비례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탈탄소화라는 목표는 우리가 일정 부분 편리함과 풍족함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많은 노력과 자본이 드는 일이다. 쉽지 않겠지만, 현재의 희생과 양보가 손해가 아니라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살 수 있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투자임을 기억하자. 우리는 모두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인류 공동체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