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협약의 의미
1971년 2월 2일, 이란의 람사르에서 지구 생태계의 미래를 위한 역사적인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곳에서 채택된 ‘람사르 협약’은 전 세계의 습지를 보호하고 올바르게 활용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특정 생태계를 대상으로 하는 유일한 정부 간 환경 협약으로서 그 첫발을 내딛었다. [1]

이 협약은 ‘생태계의 보물창고’라 불리는 습지의 파괴를 막고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데 목적을 둔다. 1975년 12월 21일 국제적으로 정식 발효된 이후, 현재 대한민국을 포함한 173개국이 당사국으로 참여하여 국경을 초월한 보전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
특히 협약이 체결된 역사적인 날을 기념하여 매년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로 지정되었다. 인류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습지의 생태적 가치를 되새기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위해 세계 습지의 날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습지의 기능
습지는 수많은 생명이 태어나고 자라는 거대한 보물창고와 같다. 실제로 전 세계 생물 종의 약 40%가 습지에 터를 잡고 살아가며 생태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3]

습지 속에 사는 작은 생물들과 식물들은 하천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오는 오염된 성분들을 걸러내는 천연 여과기 역할을 수행한다. 덕분에 더러워진 물이 다시 깨끗해지고, 자연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또한 습지는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릴 때는 거대한 스펀지처럼 빗물을 가득 머금어 갑작스러운 홍수가 나는 것을 막아준다. 반대로 가뭄이 들어 물이 부족해지면 저장해 두었던 물을 조금씩 내보내 주변 생물들이 메마르지 않도록 돕는다. [4]
바닷가에 자리 잡은 습지 식물들은 거친 파도를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 해안가 땅이 깎여 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결국 습지는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간의 삶과 자연의 균형을 지탱하는 가장 든든한 기초가 된다. [5]
기후변화, 습지의 위기
하지만 이토록 소중한 습지는 현재 숲보다 세 배나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6]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습지의 22%가량이 유실되었는데, 이는 단순히 도시 개발 때문만은 아니다. 더 근본적이고 거대한 위협은 바로 기후 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다. 바닷물의 높이가 올라가면 갯벌과 같은 연안 습지는 본능적으로 물이 덜 차오르는 내륙 쪽으로 서식지를 조금씩 옮기려 한다. 문제는 해안가에 들어선 도시와 도로, 제방과 같은 단단한 인공 구조물들이 거대한 장벽이 되어 습지의 퇴로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바닷물이 밀려들고 뒤로는 콘크리트 벽에 막힌 습지는 결국 갈 곳을 잃고 그대로 물속에 잠겨버린다. 학계에서는 이를 해안 압착 현상이라 부르며, 기후 위기가 습지의 숨통을 조이는 가장 치명적인 원인임을 경고하고 있다. [7]
습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곧 자연이 가진 가장 강력한 기후 조절 장치가 영원히 멈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루카본과 우리의 실천
습지가 가진 놀라운 탄소 흡수 능력, 즉 블루카본은 이 시대 기후 재앙을 막을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갯벌이나 염습지와 같은 연안 습지는 열대 우림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하여 땅속 깊이 격리하는 탁월한 저장고 역할을 한다. 이 소중한 잠재력을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교회 대학생자원봉사단 ASEZ는 ABC(ASEZ Blue Carbon) 캠페인을 전개하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전세계 12개국에서 47회가량 진행된 블루카본 생태계 정화 활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8]



ASEZ는 해안으로 밀려와 습지의 호흡을 방해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며 훼손된 생태계가 온전히 회복될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람사르 협약이 강조하는 습지와의 공존을 행동으로 옮기는 동시에, 자연의 자정 능력을 회복시키는 의미 있는 실천이다. 2026년 세계 습지의 날의 테마는 ‘습지와 전통지식’이다. 과거로부터 전해진 지식을 문자적으로 살피는 것을 넘어, ABC 캠페인은 그 배움을 바탕으로 내일의 생태계를 지켜나가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습지가 더 이상 사라져가는 풍경이 아니라 인류와 영원히 공존하는 푸른 자산으로 남을 때까지, 우리의 관심과 실천은 지속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