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물의 가치
어느 날 갑자기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 현재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감염병을 예방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Hygiene and water
COVID-19 및 기타 여러 전염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물과 비누로 손을 씻거나, 알코올 소독제로 손을 정기적으로 소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불과 17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더럽고 오염된 공기 또는 독기로 인해 감염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세기 중반, 의사 이그나즈 셈멜베이스(Ignaz Semmelweis)가 미생물의 감염 경로를 발견하면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치명적인 질병 확산을 막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이후부터 전 세계에서는 손 씻기를 통해 위생 개척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손 씻기를 자가예방접종이란 의미에서 ‘셀프 백신’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따라서 COVID-19 대유행으로 철저한 위생관리가 요구되는 지금, 위생과 직결된 필수 자원인 ‘물’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모든 인류와 생명체가 필요한 만큼, 무한한 상태로 얻을 수 없는 자원이 바로 물이다.
The amount of water available on the earth
지구의 전체 물의 양은 약 13억 8,000만㎦이다. 이것을 100%라고 할 때, 바닷물이 97.41%이고 민물은 2.59%이다. 민물 중에서 1.984%는 빙하나 빙산으로 얼어있는 상태이고, 0.592%는 땅 속에 있는 지하수이다. 이것들을 제외하면 사람이 쓸 수 있는 물은 0.014%인데, 이 중 호수에 담긴 물은 0.007%, 토양이 머금고 있는 물이 0.005%, 증발하여 대기 중에 떠 있는 물이 0.001%, 하천수가 0.0001%, 생물군이 0.0001%를 머금고 있다.
지구 전체의 물을 100L라고 했을 때 우리가 쓸 수 있는 물은 작은 티스푼 반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물을 지구에 사는 77억 명이 나눠 쓰고, 산업용과 농업용, 가정용 등 여러 쓰임새별로 다시 나누면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은 더욱 적어지게 된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하루에 사용하는 물의 양은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다. 2009년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1인 평균 물 소비량은 약 332ℓ로, 2리터짜리 페트병으로 바꾸면 166병이다. 손 씻는데 9병, 목욕하는데 12병, 세탁기에 16병, 설거지에 16병, 변기에는 무려 20병이나 이용된다.
많이 사용되는 만큼 낭비되는 양도 많다. 2011년 유네스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 4인 가족 기준으로 하루에 쓰는 물은 1,514ℓ 정도 되는데, 매년 미국 가정 전체에서 낭비되는 물만 무려 34조 리터나 된다고 한다.
Global hygiene crisis
우리가 일상생활 속 무심코 낭비하는 물은 다른 나라에서 아주 귀한 자원이 된다. 현재 2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물 부족을 겪는 국가에 살고 있고(UN), 세계 인구의 약 40억 명의 사람들이 일 년 중 최소 한 달 동안 심각한 물 부족을 경험한다(미국과학발전협회_ Mekonnen and Hoekstra).
전 세계 인구의 40%(30억 인구)는 기본적인 손 씻기 시설 없이 살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6개 의료 시설 중 1곳은 위생 시설과 화장실에 비누와 물이 부족하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 10명 중 1명은 치료를 받는 동안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감염을 피하지 못한다.
세계 수자원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5,000명 이상의 어린이가 물 부족으로 죽어가고 20초당 1명이 오염된 물을 마셔 장티푸스, 콜레라 등 질병으로 사망한다고 한다. 유엔 인간정주위원회(UN-Habitat)가 펴낸 「세계 도시의 물과 위생(Water and Sanitation in the World’s Cities)」은 아프리카의 도시 거주민 1억 5천만 명이 맑은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1억 8천만 명은 수도와 욕실, 화장실 같은 위생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 있는 하루마 슬럼에는 10가구마다 1개꼴로 화장실을 갖추고 있고, 332가구 1,500명이 사는 지역에서 욕실이 딸린 화장실은 단 2개뿐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7억 명이 맑은 물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8억 명은 지저분한 위생 시설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역시 도시 거주민의 30~40%가 물이 부족해서 고생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그날 쓸 물을 길어오기 위해 여성들이 날마다 평균 10km 이상을 4시간 넘게 걸어서 왕복해야 한다.
전쟁터는 총에 맞아 사망하는 사람보다 오염된 물을 마시고 죽는 사람이 더 많다. 지구촌 사람 5명 중 1명은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며, 5명 중 2명은 위생설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9.11 테러 희생자 3,000여 명보다 5배나 많은 사람이 해마다 수인성 질병으로 사망한다.
따라서 안전한 식수와 적절한 위생, 그리고 위생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은 전 세계 질병 부담을 10% 줄일 수 있다(WHO2012).
물은 공공재의 성격을 띠고 있다. 깨끗한 물과 위생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권은 인간다운 삶을 누리는 인권의 필수적인 요소다.
우리가 만일 계속해서 물을 낭비하는 삶의 방식을 택한다면 전 세계 물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며 ‘글로벌 위생 위기’는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Celebration of World Water Day 2021 – Valuing Water
UN은 1965년부터 국제 수문 10개년 사업을 벌여 세계 수자원의 관리를 위한 종합적인 해결방안을 조사했다. 그 목적으로 ’67년의 세계 물 평화회의‘, ’72년 UN 민간 환경 회의‘, ’77년 UN 수자원 회의‘를 개최하여 국제 음용수 공급 및 위생설비 10개년 계획 시행 결정 등 세계 물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을 해왔으며, 그 후, 1992년 6월에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UN 환경 개발회의』(UNCED :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and Development)를 개최하여 지구의 환경질서 보전을 위한 ’리우선언‘과 그 실천 계획인 ’Agenda 21‘을 채택하여 21세기를 향한 지구 환경 보전 종합계획을 제시했다.
1992년 11월, 제47차 UN 총회에서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제정·선포하고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 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각종 회의, 전시회, 홍보물 제작 등 여러 가지 수자원 관련 행사에 세계 각국의 동참을 요청하였으며, 93년부터 올해 28회째로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기념한다.
2021년 세계 물의 날의 주제는 ‘가치 있는 물’이다. 물의 가치는 이것의 가격, 그 이상이다. 물은 가정, 식량, 문화, 건강, 교육, 경제, 그리고 생태계 보전에 거대하고 복잡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만일 우리가 이러한 가치들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이 유한하고 대체할 수 없는 자원을 잘못 관리하는 위험에 빠질 것이다.
Water and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2015년, UN은 193개국 회원들과 SDGs(지속가능개발목표)를 채택했다. SDGs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와 지구 환경문제, 경제 사회문제를 2030년까지 해결하고자 이행하는 국제사회 최대 공동목표다. 17개의 목표에는 전 세계가 함께 도출해야 할 우리의 미래에 지향점과 그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SDG 6은 모두에게 물과 위생을 보장하는 것이다. 물의 진정한 다차원적 가치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 없이는 모든 사람의 이익을 위해 중요한 자원인 물을 보호 할 수 없을 것이다.
손 씻기와 위생은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필수적이다. 손 씻기와 좋은 위생 습관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개선된 물 공급과 공중위생의 건강 및 사회 경제적 이익이 완전히 실현되지 못할 것이고 많은 SDG에 대한 진행을 방해할 것이다.
How to save water in everyday life
세계 물의 날에, 모든 사람은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에게 물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후 조치를 강화하고 강력한 적응 방안에 투자할 것을 촉구합니다.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함으로써, 세계는 우리 모두가 직면한 물 위기를 관리하고 해결할 훨씬 더 나은 위치에 있게 될 것입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많은 양의 물을 사용하고, 낭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경각심 없이 물을 낭비하는 태도가 머지않아 인류 전체를 위협할 정도의 큰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러므로 먼저는 일상생활 속 물이 어느 곳에, 얼마만큼 소비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하고, 물을 절약하는 습관을 지녀야 한다. 물을 절약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몇 가지 작은 일상 속의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 양치할 동안 수도꼭지를 잠그면 최고 9.5L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 10분 동안 물을 틀어놓은 상태로 설거지를 하면 100ℓ 이상의 물이 하지만 설거지통을 이용하면 최소 20ℓ의 물로도 가능하다.
- 샤워 시간을 5분에서 3분으로 줄이면 한 차례 샤워에 24ℓ의 물 절약이 가능하다.
- 청바지를 만드는 데에는 9,000ℓ가 쓰이고, 간단한 티셔츠 한 장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이 2,700ℓ에 달한다. 옷을 되도록 오래 입고, 자주 사지 않으며, 신제품보다 중고 의류나 빈티지 의류를 구매하면 물 절약을 할 수 있다.
- 한 사람의 채소 위주 식단은 육류와 비교하면 최소 2,000ℓ의 물을 아낄 수 있다.
- 딱 하루 동안 1만 명의 사람이 육류 섭취를 그만두면, 아낄 수 있는 물의 양이 무려 한 사람이 93년간 쓸 수 있는 물의 양과 같다.
평화 속에서도, 국가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팬데믹 시대에도 물은 생명의 근원이며,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게 대체 불가능한 소중한 생명의 자원이다. ‘세계 물의 날’을 통해 물의 가치를 되새기며 일상에서부터 물 절약을 실천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