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메테인, 넌 누구니?

글로벌 이슈
2022.04.29

지구상엔 몇 종류의 온실가스가 존재할까? 지구가열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우리는 항상 온실가스에 대한 정보를 접하며 살아간다. 아마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일 것이다. 탄소 발자국이라던지, 탄소 중립이라던지, 탄소 배출권이라던지 우리는 여러 매체에서 이산화탄소의 영향에 대해 보고 듣는다. 이는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못지 않게 지구를 데우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체가 있다. 본 글에서는 메테인에 대해 소개한다.

메테인(methane, CH4)은 이산화탄소(CO2), 아산화질소(NO2),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와 함께 1997년 교토의정서 (Kyoto Protocol)에서 정의한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지구가열화를 유발한다.

메테인은 탄소 원자 하나와 수소 원자 4개가 결합된 구조의 분자로서, 가열하여 산소와 결합할 경우 이산화탄소와 수증기가 생성된다. 지구 대기에서 메테인의 농도는 0.0001% 정도로 낮고 전체 온실가스 중에서는 약 5%를 차지해 80%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보다는 비중이 적지만, 주변 열 전파 등 온실효과 측면에서는 이산화탄소의 약 84에 달할 정도로 지구온난화를 가속하는 주범 중 하나로 꼽힌다. 또한 2021년 8월에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의 보고서에 따르면, 메탄은 전체 지구온난화의 약 30%를 유발하고 0.5℃의 기온 상승을 일으키는 원인 물질로 보고되었다.

지구온난화지수 (GWP: Global Warming Potential)는 1톤의 이산화탄소를 기준으로 각각의 온실가스가 100년간 지구온난화에 기여하는 정도를 수치로 표현한 것이다. 메테인의 지구온난화지수는 28~36으로 집계되며, 이는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 보다 28~36배 크다는 의미이다.

메테인의 발생

메테인의 주요 발생원인으로는 습지와 해양 생태계와 흰개미의 소화 과정 등에서 유기물질이 부패하면서 발생하는 자연적 요인과 농업, 목축업, 쓰레기 폐기과정, 화석연료 연소 등의 인간활동으로 인한 요인이 있다.

대기의 메테인 농도는 1745년 이후 약 150% 증가했는데, 메테인은 주로 가정에서 난방이나 취사용으로 사용되는 천연가스의 주요 성분으로서 천연가스가 석탄이나 석유를 대체하는 연료로 사용되면서 발생량도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게다가 전례없는 육류 소비의 증가도 크게 한 몫하고 있으며, 지구 가열화로 인해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그 속에 갇혀있던 메탄하이드레이트, 고체 상태의 메테인이 기화하여 대기에 대량 방출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메탄 하이드레이트의 방출로 시베리아 바다가 들끓는 현상이 관측된 바 있다. 과학자들은 유기탄소의 50% 이상이 빙하 및 해저에 하이드레이트 상태로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들의 방출을 막지 못하면 지구의 환경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존재한다.

글로벌 메탄서약

글로벌 메탄 서약은 교토 의정서에서 정의한 6대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테인,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발화탄소, 육불화황) 중 하나인 메테인(Methane, CH4)을 감축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서약을 말한다. 이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메테인 배출량을 2020년 대비 최소 30% 감축하자는 목표로 국제사회가 함께 협력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으로, 포괄적인 온실가스가 아닌 특정 물질인 ‘메테인’을 목표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메탄서약의 목표를 달성할 경우 205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최소 0.2℃가량 낮출 수 있다.

메테인은 대기 중의 체류 기간이 약 10년으로 최대 200년에 달하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분해된다. 그렇기에 메탄의 배출량을 대폭 감축한다면 2015년 채택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한 목표를 용이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에 국제 사회는 메테인 감축이 지구온난화를 저지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메탄 배출을 줄이려는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21년 9월 글로벌 메탄 서약 추진 계획을 공동으로 발표하고, 주요국들을 대상으로 한 서약 참여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리고 2021년 11월 1∼2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메탄서약(Global Methane Pledge) 출범식이 개최됐다. 우리나라 역시 해당 서약에 가입해 메테인 감축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밝혔다. 다만 이 글로벌 메탄서약에는 메탄 발생 상위 1∼3위 국가(중국, 러시아, 인도)는 참여하지 않아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메테인 발생을 줄이는 방법

기후 및 청정 공기 연합(CCAC, Climate & Clean Air Coalition)과 유엔 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me)이 2021년 5월 발표한 글로벌 메탄 평가에서 인간이 초래한 메테인 배출량이 향후 10년간 최대 45%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을 밝혔다. 이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0.3˚C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평가는 처음으로 기후 및 대기 오염 비용과 메테인 감축으로 인한 편익을 합산한 지수이다. 메테인은 지표의 스모그 형성의 핵심 성분으로 강력한 기후변화 유발 기체이자 위험한 대기오염 물질이기 때문에 45%를 줄이면 26만명의 조기 사망자, 77만5천명의 천식 환자, 극한 열로 인한730억 시간의 노동력 손실, 연간 2500만톤의 농작물 손실을 막을 수 있다.

메테인 감축에 대해 즉각적으로 실행에 나서야 한다. 인간이 초래한 메테인 방출은 1980년대 측정이 시작된 이래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2020년에 이산화탄소의 배출은 현저히 줄었지만 오히려 대기 중의 메테인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농업은 인간이 배출하는 메테인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 중 32%는 소와 같은 반추동물(되새김동물)들이 장내 발효를 통해 배출한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60kg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인구증가와 경제발전, 도시이주는 전례없는 동물 단백질 수요를 일으켰는데 1961년 이후로 전 세계 육류소비는 4배로 늘었다.[1] 벼 재배는 논에 물을 대면서 메테인을 방출하는 박테리아에 이상적인 환경을 조성하므로 8%에 해당하는 메테인을 배출한다. 메테인 배출 감축을 위해 수확 후 밭 소각 방지, 가축용 사료 조절, 논 정기 배수,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섭취하는 방법 등이 있다.

화석 연료는 배출량의 약 35%를 차지하며 이들 산업은 감축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평가된다. 거의 모든 조치가 낮은 비용으로도 실행 가능하다. 석유 및 가스 시설에서 메테인 누출이 발생하는 것을 개선하고 가스를 누출하는 폐광산을 매립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폐기물은 메테인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 매립지와 폐수의 유기물질이 분해되면 메테인을 방출한다. 감축 전략에는 재활용과 퇴비화 등을 통해 매립지에 버려지는 폐기물을 줄이는 방법이 있으며 매립지의 메테인 가스를 포획하여 연료로 사용하면 오히려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메테인 감축을 위한 전 세계의 노력

지금까지 대부분의 국가들은 파리 협정에 따른 공약에 메테인 감축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날 메테인에 대한 인식이 점차 널리 알려지면서 메테인에 대한 규제가 가해지고 있다.

세계 각국은 산업별 기준을 정하고 기업의 배출 신고 의무화, 배출세 과세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메테인 방출국인 중국은 가장 최근의 5개년 계획에서, 처음으로 메테인 방출량을 줄이겠다고 언급했다. 2020년 9월, 유럽연합(EC)은 메테인 전략을 채택해 유럽연합 전체에 새로운 배출 정책의 잠재력을 알렸다.

한편, 미국은 이 문제를 다루는데 새로운 관심을 표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부과한 환경규제를 철회했지만 현재 의회 일각에서 이를 복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메테인 등 비 CO2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한국은 메테인 감축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또한 미국은 2021년 4월 22일 기후에 관한 정상회담을 화상으로 소집하여 각국 지도자들에게 메테인의 감축을 요구했다.

이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메테인에 대한 지구적 조치를 촉구하면서 “지구온난화의 무든 원인을 절대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대기 중 오염배출량을 계산하고 모니터링하는 데 있어 광범위하고 효과적인 국제협력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모두가 메테인 배출을 줄이기 위한 싸움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메테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계획을 강조했으며 베트남의 응우옌 쑤언푹 대통령은 2030년까지 농업에서 나오는 메테인 방출량을 10%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한 세계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의 에너지 부처는 메테인 저감을 포함한 실용적인 온실가스 넷제로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넷제로 생산자 포럼(Net Zero Producers Forum)을 설립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과연 감축에 성공할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으나, 많은 석유와 가스 산업의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들은 메테인과 관련된 공약을 내놓았다. 환경보호기금의 수석 과학자인 스티븐 함부르크는 “실제로 메테인 감축을 위한 노력이 실행되는지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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