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고래와 블루카본

글로벌 이슈
2022.09.25

고래는 지구 역사상 가장 크기가 큰 동물이다. 광활한 바다를 여행하며 살아가는 고래는 지능이 높아 자신들만의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소통하며 때로는 인간과 교감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신비로운 동물에게 친숙함을 느낀다.

고래는 단순히 거대하기만 한 동물이 아니다. 몸집이 거대한 만큼 해양 생태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래는 일생 동안 평균적으로 33톤의 탄소를 몸 속에 저장한다. 이에 반해 다 자란 나무 한 그루는 연간 평균 20kg의 탄소를 저장한다.

고래는 호흡을 하면서 몸 속 구석구석 이산화탄소를 품는다. 일생을 마감한 고래는 심해로 가라앉는데, 일생동안 저장했던 탄소를 바닷속으로 품고 내려가 수백 년 간 가두게 된다. 그렇기에 고래는 살아있는 탄소 저장고, 탄소 탱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또한 고래의 사체는 심해 생태계에서 최대 200종의 먹이와 서식지를 제공하게 된다.

2010년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산업 포경 이전에는 고래의 개체수가 연간 19만 톤에서 190만 톤의 탄소를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혔을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매년 4만 대에서 41만 대의 자동차가 사라지는 것과 맞먹는 양이다. 하지만 사체가 해저로 가라앉지 못하면 고래 몸속의 탄소는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해양 과학자 앤드류 퍼싱(Andrew Pershing)은 20세기 고래잡이 과정에서 대기 중에 약 7천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증가했다고 추정한다. 그는 “많은 양처럼 들리지만, 이는 1년에 1500만 대 자동차의 배출량과 동일합니다. 현재 미국에는 2억3600만 대의 자동차가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해양 생태계의 수호자, 고래

또한 고래는 숨을 쉬고 배설하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오는데, 이 때 고래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의 먹이가 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대기 중 산소의 50% 이상을 생산하며 370억톤의 탄소를 저장한다. 이는 매년 1조 7000억 그루(아마존 숲의 4배)의 나무가 흡수하는 탄소의 양과 동일하다.

고래의 배설물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소와 철분을 포함하고 있어 식물성 플랑크톤이 번식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고래는 넓은 바다를 이동하며 바다에서 구하기 힘든 질소와 인과 같은 영양소를 운반하며, 추운 극지방에서는 철분과 같은 영양소를 제공하므로 고래가 가는 곳에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하게 된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늘어나면 산소 생산량과 탄소 흡수량은 당연히 늘어나게 된다.

지구를 살리기 위한 생태계 복원

국제 사회가 각종 회의와 조약을 통해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애쓰고 있지만 사람들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는 배출되는 즉시 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20년간 서서히 대기를 데우는데, 이는 국제 사회가 노력하여 당장 탄소배출량 제로를 달성하더라도 적어도 20년간은 기후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대기 중의 탄소를 채취해 땅 속에 묻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들은 굉장히 어렵고, 검증되지 않았으며 엄청난 비용이 든다.

대기 중에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획하여 기후변화를 막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것이다. 다채롭고 복잡한 생태계는 지구환경을 완벽하게 유지시키며, 재해가 닥쳐도 빠르게 회복한다. 그러나 인류의 산업활동으로 인해 현재의 생태계는 훨씬 단조롭고 빈약한 상태가 되었다. 고래 역시 심각한 해양 오염과 인간의 포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심각하게 줄었다.

지난 100년간 전체 고래의 개체 수는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으며 대왕고래를 비롯한 몇몇 종들은 이전에 비해 3% 수준으로 감소했다. 최근 상업적인 포경은 급격하게 감소하였으나 고래들은 여전히 선박 충돌, 어망 그물 얽힘, 플라스틱 폐기물, 소음 공해와 같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고래를 보호하자

고래의 생태가 회복된다면 바다에 있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그들이 매년 포획하는 탄소의 양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 고래 활동 덕분에 식물성 플랑크톤의 생산성이 최소 1% 증가하더라도 매년 수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추가로 저장하게 되는데, 이는 20억 그루의 성숙한 나무가 갑자기 생긴 것과 같다.

인간이 만든 위험으로부터 고래를 보호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인류의 복지와 경제에 이득일 것이며, 지구 환경에 큰 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탄소 격리에 대한 인간의 기술적인 접근법은 검증되지 않았기에 어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연 생태계는 이미 수백만 년 동안 탄소를 축적하는 방법을 터득해왔다. 바닷속에서 지구를 지키는 고래의 삶을 이제는 우리가 지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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