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달의 인력에 끌어당겨졌다가 놓이면서 밀물과 썰물 현상을 보이는데, 이렇게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하루에 두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넓고 평평한 땅을 갯벌이라고 부른다. 갯벌은 주로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고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해안에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다. 이곳엔 밀물과 썰물이 항상 드나들기 때문에 산소가 풍부하고 유기물이 많아서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서식한다.
과거에는 갯벌을 질퍽거리고 쓸모없는 바닷가의 땅으로, 혹은 어민들이 조개잡이를 하는 땅 정도로 생각하였다. 그래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등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갯벌이 양식, 농업, 산업 발전을 위해 개간되었다. 특히 동아시아의 황해 지역(대한민국의 서해) 주변에서는 1950년대 초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갯벌의 65% 이상이 파괴되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갯벌의 최대 16%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의 콩팥, 갯벌
그러나 요즘에는 갯벌의 기능과 가치가 다양하게 밝혀지고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갯벌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관심이 조망되고 있다.
갯벌은 ‘바다의 콩팥’이라는 별명을 가진다. 이는 노폐물을 걸러주는 콩팥처럼 갯벌이 바다 및 육상의 오염물질을 정화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갯벌 생태계가 가지고 있는 자정 능력으로, 염생식물(갯질경이, 갈대 등)과 저서생물, 규조류, 미생물에 의한 흡수와 분해가 일차적으로 활발히 진행된다. 또한 이들 생물뿐만 아니라 갯벌에 사는 전 생물이 정화작용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다. 최근에는 갯벌이 철새, 게, 연체동물 및 어류의 핵심 서식지로 인정되어 유용한 생태계 시스템과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따라서 안정된 생태이고 생물다양성이 높을수록 정화능력은 커진다.
갯벌 1㎢의 미생물에 의한 흡수와 분해 능력은 하루 BOD(생물학적 산소요구량) 기준 2.17톤의 오염물을 정화할 수 있는 것으로 도시 하수처리장 1개소의 유기물 처리 능력과 맞먹고, 500 마리의 갯지렁이는 하루에 1인 1일 배설물량인 2kg를 정화시킬 정도이다.
블루카본이란?
지구의 탄소는 그 환경에 따라 크게 블랙카본, 그린카본, 블루카본 3가지로 구분한다. 블랙카본은 석탄·석유 등의 화석연료나 나무 등이 불완전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를 가리키며, 그린카본은 열대우림과 침엽수림 등 육상 생태계가 흡수한 탄소를 말한다. 그리고 블루카본은 해양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뜻한다.
블루카본은 2009년 유엔 보고서 <블루카본- 탄소 포집에 대한 건강한 해양의 역할(Blue carbon: the role of healthy oceans in binding carbon)>에서 처음 언급되었는데, 뛰어난 탄소 저장 능력으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현재 매우 주목받고 있다. UN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도 해양 생태계가 육상 생태계보다 온실가스 흡수 속도가 최대 50배나 빠른 것으로 보고한 바 있으며 제1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COP16)에서 국제 연구기관과 단체들이 블루카본에 대한 사업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갯벌은 조수의 영향으로 퇴적된 진흙 토양 아래 탄소를 저장하는데, 갯벌의 수미터 아래 저장된 탄소는 성숙한 열대림의 탄소 격리율보다 약 2~4배 높은 것으로 관측되었다. 갯벌에 서식하는 해양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생산하며 해양 생태계에서 이들이 생산하는 산소는 전 지구의 80%를 차지한다. 또한 맹그로브, 해초, 잘피 역시 공기와 물의 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을 한다. 이 탄소는 잎, 가지, 뿌리 등에 저장되어 있으며, 매우 효율적인 ‘탄소 싱크(Carbon sink)’를 만든다. 그러나, 만약 이 지역들이 소실된다면, 이들이 저장했던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며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
사라지는 해양 생태계
현재 해안선을 둘러싼 인구 증가로 연안 생태계의 광범위한 손실이 발생하면서 해안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우려스럽게도, 지난 세기 동안 세계 해초의 거의 3분의 1이 없어졌고, 반세기 동안 세계의 맹그로브들은 일년에 2%의 비율로 사라지고 있으며, 19세기 이후 세계 해안 습지의 약 50%가 자연적인 범위를 잃었다. 이는 해양 생태계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환경들 중 하나임을 나타낸다. 연안 개발로 인한 환경 악화와 댐 개발 등으로 인해 강으로부터의 침전물 감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안 침식 증가 및 해수면이 상승하는 현상은 전 세계 갯벌 생태계에 계속해서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3대 블루카본 생태계(맹그로브, 해초군락, 염생습지)의 연간 손실이 영국(배출량 기준 세계 9위 국가)의 연간 화석연료 CO2 배출량과 유사한 수준의 탄소배출을 초래하고 있다.
갯벌 보호를 위한 노력
이러한 암담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3대 블루카본 생태계는 여전히 해양 퇴적물 내 탄소 저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들은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거의 5천만 헥타르의 영역을 차지하며 2050년까지 거의 14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데, 해안 생태계의 이러한 능력에 기반하여 과학자들은 해양에 기반을 둔 기후 조치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의 5분의 1을 상쇄할 수 있다고 말한다.
COP26 기후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및 세계 정상들이 참여한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고위급 회담에 따르면 블루카본 생태계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경우 2050년까지 10억 톤 이상의 탄소가 대기 중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자연과 넷제로(Nature and Net Zero)’ 보고서는 블루카본 생태계 복원과 같은 자연 기후 해결책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 핵심이었고 2030년까지 필요한 전 세계 탄소 배출량 감소의 약 3분의 1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한 블루카본 생태계는 또한 해양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어족자원과 식량 안보를 지원하고, 해안 지역 사회와 생계를 유지하고, 해양과 암초 시스템으로 바다의 물을 여과시켜 정화고, 뛰어난 흡수력으로 침식과 폭풍의 파도로부터 해안선을 보호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로의 변환 등의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하려는 노력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데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COVID-19 팬데믹으로부터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타격을 입은 지금, 생태계의 복구는 특히 취약 계층에게 공평한 생계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