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는 지구 상에서 가장 널리 소비되는 농산물 중 하나로, 특정한 지리적·기후적 환경에서만 최적의 생산성을 발휘한다. 특히 적도 주변 25°N~25°S에 위치한 커피벨트(Coffee Belt)는 커피 재배에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 세계 커피 생산량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주요 생산국이 위치해있다. 그러나 기후 변화는 이 커피벨트를 위협하며, 글로벌 커피 산업 전체를 붕괴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무너지는 커피벨트
기후 변화는 커피벨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1]
불안정해진 강수량
커피는 일정한 강수량과 건기 우기의 균형이 유지되는 환경에서 자라나야 한다. 하지만 기후 시스템의 불균형으로 인해 이러한 주기가 망가지고 있다.
– 브라질: 2024년 역사적인 가뭄과 폭우로 인해 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그 결과 아라비카 원두의 공급이 급감했고, 커피 선물시장 가격은 급격히 치솟았다.
– 베트남: 베트남 중부 고원 지대에 위치한 커피 재배지가 가뭄 피해를 입으며 커피 생산량이 2023년 기준 전년 대비 10% 넘게 감소했다.
지표면 온도 상승
커피나무는 기온 변화에 극도로 민감한 작물이다.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두 품종은 특히 온도 상승에 취약하다.
아라비카(Arabica):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맛을 지닌 고급 품종으로, 전 세계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재배 조건이 까다로워 평균 18~22°C의 서늘한 기후에서만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로부스타(Robusta): 강한 쓴맛과 높은 카페인 함량이 특징으로, 인스턴트 커피나 에스프레소 블렌드에 주로 사용된다.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와 질 낮은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지만, 역시 25°C 이상의 환경에서는 수확량이 급격히 떨어진다. [2]
뿐만 아니라, 고온 환경에서는 커피의 신진대사가 가속화되어 열매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채 빠르게 성장하게 된다. 충분히 익지 않은 상태로 수확된 커피는 특유의 깊은 풍미를 잃게 되며, 커피의 품질 저하와 가격 변동성 증가로 이어진다.
병충해 확산
기후 시스템의 불균형으로 따뜻하고 습해진 기후는 해충과 병원균에게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미 지역의 커피 재배지에서 곰팡이의 일종인 커피 녹병(Coffee Leaf Rust)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커피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동아프리카의 커피 해충인 Antestiopsis thunbergii는 알에서 성충이 되기까지 18°C에서 약 120일이 소요되는데, 25°C의 환경에서는 단 55일로 기존보다 2배 더 빠르게 번식한다. [3] 이러한 요인의 피해가 커질수록 커피 농가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생산성 저하와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진다.

커피 산업의 미래
기후 변화는 커피의 재배 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이는 전반적인 커피 산업에 중대한 도전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재배지 이동의 딜레마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커피 재배지가 점점 사라지면서, 농가들은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커피 재배지 이전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산림 생태계의 대규모 파괴를 동반한다. Coffee Barometer(2023)에 따르면, 커피 농가의 생계 유지를 위한 토지 개간으로 지난 20년간 연평균 130,000 헥타르의 산림이 사라졌다. [4] 이와 같이 새로운 환경 적응을 위한 인프라 구축은 추가적인 산림 손실로 이어지고, 이는 전지구적인 탄소 흡수 능력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커피 품종 확대
이러한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기후에 적응이 가능한 커피 품종을 개발하여 기후 저항성을 강화하려는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로부스타 품종은 아라비카 품종보다 환경 적응성이 높아 높은 온도나 가뭄에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아라비카가 지닌 특유의 풍미와 향에 차이가 있어 소비자 수요가 제한적이다. 품종 개량은 일시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기존 커피 품질을 유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무너지는 생태계 균형
우리가 주목해야 할 문제는 커피뿐만이 아니다. 기후 위기는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기후 위기가 재현한 ‘최후의 만찬’
2023년 1월,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열린 ‘The Great Northern’ 축제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전 백악관 셰프 Sam Kass가 기획한 ‘Last Supper’(최후의 만찬)’ 행사는 다가올 미래를 경고하는 자리였다. [5] 그는 ‘향후 30년 내 사라질 위기에 속한 식재료’로 구성된 메뉴를 선보였는데, 이는 우리의 식탁을 채우던 일상적인 음식들이 기후 재난으로 사라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위기의 식탁 – 기후 변화가 만든 저녁 메뉴
전채 요리 : 호주 핑거라임을 곁들인 굴과 홍합
•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어패류 서식지가 줄어들고, 호주 산불의 증가로 핑거라임 재배지가 감소
메인 1 : 노르웨이 연어와 로메스코 소스
• 북해 수온 상승으로 인해 연어 어획량 급감
• 로메스코 소스의 원료인 스페인 카탈루냐 산 고추와 아몬드 생산량 감소
메인 2 : 양고기 스테이크와 레드와인
• 미국 중서부 지역의 가뭄으로 사료 가격 45% 상승, 목축업에 타격
• 캘리포니아 산불로 포도 40% 폐기, 와인 생산량 감소
디저트 : 커피와 초콜릿 푸딩
• 커피 재배지 축소,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생산량 10년 새 40% 감소
농업 생태계의 연속적 붕괴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해 특정 작물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단순한 식량 부족을 넘어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6]
🍊 플로리다 오렌지
• 2022년 허리케인 ‘이안’으로 12만 헥타르 농장 침수
• 당도 20% 감소 및 병충해 피해율 35% 증가
🍷 캘리포니아 와인
• 2020~2023년 산불로 인한 연기 피해로 포도 40% 폐기
🍒 미시간 체리
• 겨울철 이상 고온으로 꽃눈 형성 실패, 수확량 급감
이러한 변화는 곧 꽃가루 매개 곤충의 감소로 이어져 수분 작용 저하와 같은 추가적인 생태계 붕괴를 일으킬 수 있다. 기후 위기는 이제 단순한 날씨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바꾸고, 나아가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ASEZ의 움직임
커피 벨트의 붕괴는 기후 시스템의 불균형이 우리의 일상 깊숙히 침투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변동이 아닌 생태계 위기의 신호탄이다.
이런 위기 속에서 ASEZ의 ‘Earth Recovery Project’는 대학생이 주도하는 환경 보호 실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2024년 세계 환경의 날을 맞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환경 정화, 나무 심기, 탄소 저감 캠페인 등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천을 전 세계에서 이어가고 있다.
ASEZ는 작은 실천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환경 보호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ASEZ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을 이어가며, 환경 의식을 전 세계에 확산해 나갈 것이다. 우리의 작은 실천이 공동체를 변화시키고, 결국 미래의 지구를 바꿀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실천은 마치 잔잔한 강물처럼 조용히 흘러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