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허파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보통 세계 최대 규모의 열대우림인 아마존 밀림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허파 역할을 담당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열대지방의 해안 생태계를 담당하는 맹그로브(mangrove)이다.
맹그로브의 생태
맹그로브는 약 80여 종이 존재하며 열대 및 아열대의 연안이나 기수역(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서식한다. 특이하게도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육상식물이면서 바닷가에서 서식하는데, 염분이 있는 물과 파도에 적응하기 위해 복잡한 염분 여과 시스템과 뿌리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물에 잠긴 진흙에서 나타나는 낮은 산소나 무산소 상태에도 견딜 수 있게 뿌리(호흡근, aerial roots)가 땅 위로 솟아 있는 독특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맹그로브의 뿌리는 강과 해안의 퇴적물을 잡아두는 능력이 뛰어나다. 이러한 뿌리 시스템 덕분에 파도에 의한 해안 침식을 막고 강력한 열대성 폭풍으로부터 해안 생태계와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훌륭한 방어선이 되어준다. 얕은 곳은 해안가에서 200~300m 바깥까지 자라 해일 충격을 완화해 준다. 또한 물 속 오염물질을 여과시켜 강과 하천의 수질을 개선한다.
맹그로브가 숲을 이룬 군락은 다양한 열대지역 연안 생태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데, 맹그로브 숲이 이루는 생태계는 지구상 열대지방 해안선의 60-75%를 차지한다. 맹그로브 군락에는 열대어에서부터 산호초, 상어까지 산란 또는 난태생하여 새끼를 치기 때문에, 뿌리 사이사이로 치어들이 자리 잡아 산다. 맹그로브의 생태계 안에서 수많은 종들의 물고기들이 성장하므로 이들을 먹이로 삼는 바닷새와 부엉이 등의 육지 동물이 모여들기도 하며 멸종 위기에 처한 수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보금자리이다. 수많은 어종의 보육원 역할을 하는 맹그로브 숲 덕분에 극적으로 어획량이 증가하는 등 지역사회의 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중요한 역할
또한 맹그로브는 토양, 잎, 가지, 뿌리 등 내부에 방대한 양의 탄소를 격리시키는 매우 효과적인 탄소 흡수원이다. 이들의 탄소 저장 능력은 육지의 숲보다 최대 5배 뛰어나다. 맹그로브 숲은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와 다른 온실가스를 포착한 다음, 수천 년 동안 토양에 가두어 저장한다. 1 헥타르의 맹그로브 군락은 연간 3,754톤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연간 2,650대 이상의 자동차가 뿜어내는 탄소를 제거하는 것과 맞먹는다. 맹그로브 숲, 해초 군락지, 염수 늪지 같은 해안 수중 생태계에 매장된 탄소는 “블루 카본”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블루 카본의 탄소 흡수 속도는 육상생태계보다 최대 50배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지구온난화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른 현재 매우 주목받고 있다.실제로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9년 발표한 <해양 및 빙권 특별 보고서>에서 블루 카본을 온실가스 감축 수단으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맹그로브가 사라지고 있다
그야말로 해안 생태계를 책임지는 맹그로브이지만, 뿌리가 땅 위로 솟은 모양새가 예쁘지 않고, 수많은 생물들이 생활하면서 엄청난 악취를 뿜어내기에 사람들은 지난 수십 년간 굉장히 많은 숲을 베어냈다. 과학자들은 수십 년간 맹그로브 숲의 최소 3분의 1이 사라졌다고 추정한다.
맹그로브가 없다면 궁극적으로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생산능력을 잃어 척박해진 해안, 붕괴된 어업, 탁하고 오염된 물, 사라진 동식물, 기후 재난 및 해수면 상승으로부터 지역사회는 크게 타격을 입는다. 이러한 손실은 맹그로브가 사라지거나 쇠퇴한 지역사회에서 가장 강하게 느껴지지만, 궁극적으로 식량 안보의 저하, 이재민의 발생, 잠재적인 분쟁 위험이 증가해 모든 인류에게 영향을 미친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국 정부는 경제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맹그로브 숲을 밀고 새우 양식장, 매립지, 호텔, 항구 등을 건설하고 나무를 벌채하여 자원으로 사용했다. 현재는 수질오염,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요인이 맹그로브가 사라지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여 기후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맹그로브 손실로 배출된 탄소량은 산림벌채로 배출된 전 세계 총 탄소 배출량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연간 60~420억 달러어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맹그로브는 현재 멸종 위험에 놓여 있다. 글로벌 맹그로브 연맹(Global mangrove alliance)에 따르면 현재까지 맹그로브 중 약 67%가 소실되거나 쇠퇴한 것으로 추정되며, 연간 1%씩 추가로 사라지고 있다. 전 세계 산림 손실보다 3~5배 빠른 셈이다. 부정적인 흐름을 뒤집고 맹그로브 숲을 보존하려는 적극적인 정책이 없다면 맹그로브 숲이 일부 지역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손실은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해안 지역의 생태적, 경제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다.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의 날
따라서 유네스코는 2015년부터 맹그로브 숲 보존을 위해 매년 7월 26일을 ‘국제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Conservation of the Mangrove Ecosystem)’로 지정하였다. 이날은 ‘독특하고 특별하며 취약한 생태계’로서 맹그로브 생태계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맹그로브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관리·보전·우리를 위한 해결 방안을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전 세계적으로 맹그로브 숲은 전체 열대림의 1% 미만, 전체 삼림지의 0.4% 미만이지만 맹그로브 숲은 지역사회의 식량 안정성과 생물, 산림물, 지속 가능한 어업, 해안선 보호, 기후변화와 극심한 날씨 변화 완화 등에 큰 역할을 하기에 지구 환경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유네스코는 맹그로브와 관련된 86곳을 ‘세계 생물권 보전 네트워크(WNBR, World Network of Biosphere Reserves)’에 편입시켜 관리하고 있다.
“오늘날 변화하는 세계에서 맹그로브 생태계의 중요성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나 일부 국가는 1980년에서 2005년 사이에 종종 해안 개발로 인해 맹그로브의 40% 이상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는 맹그로브를 보호하고 이러한 환경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더욱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혼자 할 수 없다. 모두의 도움이 필요하다.”
오드리 아줄레이, 유네스코 사무총장(2021, 맹그로브 생태계 보전의 날 맞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