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교육의 시계
기후 위기와 끊이지 않는 분쟁, 그리고 빈곤까지.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문제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법과 기술의 힘만으로는 이 복합적인 난제를 온전히 풀어내기 어렵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사람의 생각을 바꾸고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는 ‘교육’에 있다.
하지만 차가운 현실은 이 기초적인 해법조차 허락하지 않고 있다. 유네스코(UNESCO)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약 2억 5천만 명의 아동과 청소년이 학교조차 갈 수 없는 환경에 처해 있다. [1]

이는 단순히 학습 기회의 부족을 넘어, 미래를 준비할 시간조차 갖지 못한 채 빈곤과 사회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의 국제 정세는 이러한 비극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력 충돌이 지속되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는 다수의 학교가 파괴되거나 피난처로 변해버렸다. 학생들은 교실을 잃었고, 학업 대신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

아프가니스탄의 상황 또한 엄중하다. 정치적 변화 이후 여학생들의 중등 교육이 제한되면서, 수많은 소녀가 배움의 기회를 잃었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는 아동 노동과 조혼 등 심각한 인권 침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3]
결국 교육의 부재는 인권의 사각지대를 의미한다.
기초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청소년은 자신의 권리를 옹호하기 어렵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기반을 닦지 못한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복지 문제를 넘어, 인류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생존과 인권의 문제이다.

세계 교육의 날과 청년의 역할
이러한 전 지구적 위기 속에서 유엔(UN)이 제정한 ‘세계 교육의 날(매년 1월 24일)’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2018년 12월, 유엔 총회는 평화와 발전을 위한 교육의 역할을 강조하며 결의안(Resolution 73/25)을 채택하고 세계 교육의 날을 선포했다. 유네스코(UNESCO)가 주관하는 이날은 교육이 소수의 특권이 아니라, 인류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기본 인권이자 공공의 책임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날이다. [4]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2026년 올해의 주제인 “교육을 함께 만들어가는 청년들의 힘(The power of youth in co-creating education)”이다. [5]

이는 청년들을 단순히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인 수혜자에서 능동적인 주체로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새로운 지향점을 보여준다. 급변하는 기술 혁명과 사회 변화 속에서, 청년들이 직접 교육 시스템을 설계하고 혁신하는 ‘공동 창작자(Co-creator)’로 나설 때 비로소 미래 교육은 실질적인 힘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교육의 날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교육은 단순히 학교 건물 안에서 이루어지는 지식의 전달이 아니다. 빈곤의 대물림을 끊고 불평등을 해소하며, 더 나아가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가장 확실한 사회적 합의다. 이제 우리는 교육의 주체를 제도권에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라는 새로운 동력에 주목해야 한다.

강의실 밖으로 나선 학생들
이러한 ‘청년의 역할’은 선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생 봉사단 ASEZ의 활동은 청년들이 교육의 객체를 넘어 주체로 나설 때 어떤 변화가 가능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들은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전 세계 교육 현장을 찾아가 범죄와 환경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공유하고 있다.

첫 번째 사례는 ‘RCT(Reduce Crime Together) 스쿨’이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인성 교육 프로그램이다. 대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를 방문하여 학생들과 함께 인권 존중과 타인 배려의 중요성을 토론한다. 이 프로그램은 필리핀 다스마리냐스 통합고등학교, 멕시코 BINE 고등학교, 인도 나라얀 라오 겐바 모제 학교 등 7개국에서 32회 진행되었으며, 총 3,64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전달한 것이다.
두 번째는 ‘카본 프리(Carbon-Free) 스쿨’이다. 미래 세대에게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와 이를 지켜야 할 의무를 함께 알리는 것이 핵심이다. 학생들은 일방적인 강의를 듣는 대신, 학교 내 탄소 배출 문제를 직접 찾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문제 기반 학습(PBL)’ 방식에 참여한다. 그 밖에도 세미나와 포럼등 현재까지 6개국에서 27회, 총 4,125명의 학생이 이 과정에 동참하며 환경 보호의 실천 주체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ASEZ의 활동은 지식이 강의실 문턱을 넘을 때 비로소 살아있는 힘을 갖게 됨을 보여준다. 수치로 기록된 ASEZ의 발자취는 미래 세대가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분명한 증거이다.
교육,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무기
넬슨 만델라는 “교육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역설했다. 그의 통찰처럼, 올바른 교육은 편견을 이해로, 혐오를 공존으로 바꾸는 도구가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 교육의 날을 맞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진정한 배움은 도서관의 책장 속에 갇혀 있지 않다. 앞서 살펴본 대학생들의 사례처럼, 지식이 현실의 문제와 만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때 교육은 비로소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얻는다. 2억 5천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기후 위기와 범죄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결국 ‘실천하는 사람’에게 쥐여 있다.

이제 우리는 지식의 수혜자를 넘어, 그 지식을 도구 삼아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더 이상 ‘무엇을 아느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용기이다. 이것이 1월 24일, 세계 교육의 날이 우리에게 던지는 마지막 과제이다.
//php get_template_part('modal-sha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