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대학생의 역할은?

대한민국
2022.08.17

2022년 8월 17일. ‘2022 ASEZ 생물다양성 세미나’가 서울대학교 가온홀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발전소에서 후원하고 ASEZ에서 주최한 세미나로, 2년 전 서울대학교에서 열렸던 ‘2019 ASEZ 생물다양성 명사초청세미나’에 이은 두 번째 생물다양성 학술 세미나였다. 이번 세미나에는 이병윤 국립생태원 보전평가연구본부장, 이후승 한국환경연구원, 신승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연사로 참여했다. 청중으로 참여한 100여명의 대학생들은 연사 특강을 통해 생물다양성 보전 활동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자연을 지키기 위한 대학생의 역할을 모색했다.

‘2022 ASEZ 생물다양성 세미나’는 그린십(Greenship) 활동 영상 상영으로 시작되었다. 그린십 프로젝트는 ASEZ가 권리의 주체이자, 세상을 변화시킬 책임이 있는 세계시민과 함께 자연을 위한 실천과 행동을 지속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후 ASEZ의 UNCCD 사무총장상 수상을 기념하는 ASEZ 중창단의 식전공연과 연사들의 특강이 이어졌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이병윤 본부장은 ‘생물다양성 협약의 최근 동향’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본부장은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 대한민국 정부 대표단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공유하며, 생물자원 풍부국과 이용국 사이의 공정한 이익 공유를 위한 디지털염기서열정보(DSI)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본부장은 유전자원이 나고야의정서에서 명시하고 있는 이익 공유의 대상이 아닌,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는 단순한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는 선진국과 공개된 유전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가 생물 해적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첨예한 대립 사이에서 한국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 여기서 대학생과 같은 미래세대의 역할은 무엇일지 이야기했다.

강연 이후, 한 학생은 국가 간의 경제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생물다양성의 논의가 지연되는 것을 문제시하며 왜 생물다양성 담론이 지속가능한 환경 보전이라는 더 근본적인 목적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지 질문했다. 이에 본부장도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보다 경제적인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는 각 국 정부의 입장을 문제시하며 질문자와 같은 미래세대가 실제 정부간회의 현장에서도 동일한 의문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생물다양성 담론이 자본주의에서 벗어나 환경 보전이라는 더 궁극적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는 여러분과 같은 대학생들이 나서줘야만 한다”라며,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미래세대의 역할을 이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신승관 교수는 ‘생물다양성의 유전학적 진화기작’이라는 주제로, 계통학적 관점에서 딱정벌레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다른 생물보다 곤충, 그 중에서도 딱정벌레의 생물다양성이 두드러진다며 이를 환경적, 유전적 요인에 따라 분류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 학생은 미국에서 모기의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유전자조작 모기를 방생하는 실험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물었다. 이에 신승관 교수는 “어떤 목적이든 생물다양성을 줄이는 행위는 생물다양성 고유의 의미에서도 부정적이지만, 그 영향이 어떻게 돌아올지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크다”라며, 최근 서울 은평구에서도 일어난 러브버그 사례를 들어 인간의 인위적인 개입에는 충분한 고려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후승 연구원은 ‘생물종 중심의 차세대 생물다양성 평가’라는 주제로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대한민국의 생물종 분류와 연구 방법인 eDNA를 소개했다. 그는 생물체로부터 유전물질(DNA)을 직접 추출하는 것이 아닌, 토양, 물, 숲과 같은 환경으로부터 채취한 유전물질(eDNA)로도 얼마든지 생물다양성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 대한민국 내의 포유류, 어류, 파충류, 조류의 주요 분류군별 계통도는 작성되었지만 곤충의 계통도는 아직 연구해야 할 내용이 많다고 밝혔다. 강연 후, 그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신승관 교수의 연구를 알게 되어 매우 뜻 깊었다는 소감과 함께 추후 신 교수와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자 한다고 이야기했다.

‘2022 ASEZ 생물다양성 세미나’는 그 동안 기후변화 담론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생물다양성을 논의의 전반으로 끌어오는 역할을 했다. 대학생들은 기존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을 구분 짓던 이분법에서 벗어나 둘 사이의 상호연관성을 인식했다. 향후 대학생들이 이론적인 논의에서 그치지 않고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어떤 실천을 이어나갈지 그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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