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사막화

글로벌 이슈
2022.06.20

“드넓은 초원에는 강이 흐르고 가축을 먹일 풀이 돋아났으며 매일 내리는 햇볕과 대지를 훑는 바람은 하늘이 내리는 축복이었다. 자연은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했고 사람들은 자연의 선물에 감사하며 그 섭리에 순응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커다란 강과 호수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풀은 메말라버렸고, 이상기후와 모래폭풍으로 집은 무너지고 동물들은 떼죽음을 당했다.

광활한 자연을 누비며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전통과 문화를 계승하고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잃고 도시로 향했다. 그들은 이제 도시에서 쏟아지는 각종 폐기물을 주우며 살아간다. 수용인구를 훌쩍 넘은 도시에는 빈민촌이 형성되었고 마땅한 거처조차 없는 사람들은 땅 밑의 맨홀 안에서 추위를 피하고 살아간다.”

이것은 국토의 80%가 사막화 되어버린 몽골의 이야기이다.

사막화란?

사막화는 특정 지역에서 기상 이변 등으로 인해 건조화되는 자연적인 요인이나 인간의 농업활동을 위한 관개, 산림 벌채, 환경오염 등의 인위적인 요인으로 인해 토지 및 환경이 점차 사막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말한다.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에서 발행한 건조지의 영향과 역할이라는 보고서의 본문에는 “기후변화와 인간활동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건조, 반건조, 건조한 반습윤 지역의 토지 황폐화”로 정의되어 있다.

사막화가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의 사헬 지역이 1960년부터 전례 없는 가뭄과 더불어 지나친 방목으로 인해 사막화 되어버린 것이 시초이다. 또한 중앙아시아 아랄해의 경우 구(舊) 소련 시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의 광대한 지역에 목화 재배를 위해 댐을 지어 강줄기를 막는 바람에 세계에서 4번째로 큰 호수가 사막화 된 사건이 있었다. 이는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이후 사막화는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발생하는 보편적인 환경 문제로 확장되었으며, 지구 온난화와 함께 대표적인 세계의 기후 문제로 그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사막화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죠?

강우량이 많은 국가에 거주하거나, 수도시설이 잘 정비된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은 사막화의 심각성을 공감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사막화는 왜 세계가 주목하는 환경문제로 떠오른 걸까?

사막화는 단순히 땅이 건조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사막화는 지구 가열화로 인한 오랜 가뭄 등의 기상이변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역으로 사막화의 진행이 지구 가열화를 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숲이나 초원이 사라지면서 산소 공급이 감소하고 이산화탄소 양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막화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속화되는 경향이 있어 더욱 위험하다. 초원이나 수풀이 사막으로 변하면, 지표 반사율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기온이 내려가 국지적인 냉각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때문에 강우량은 감소하여 더욱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될 수 있다. 사막이 넓어질수록 더 잦은 모래폭풍 및 황사가 일어난다.

사막화가 진행되면 물이 사라져 농작물을 재배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지역은 기근과 기아로 인한 재앙을 겪게 되며 이로 인해 환경 난민들이 발생한다. 2006년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는 1997~2020년 사하라 사막 남쪽 주민 600만 명이 사막화를 피해 북아프리카나 유럽으로 이주할 것이라는 예측이 발표됐다.

인근 지역의 주민들뿐만 아니라 건조지의 상당 부분이 농경지로 개간되어 곡식을 생산하기에 사막화가 진행되면 전 세계 식량난이 심화된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인구를 지탱하고 자원을 공급하기 위하여 점점 더 많은 경작지가 필요하다. 우리는 자원 공급을 위해 더 많은 삼림을, 초원을 파괴해야 한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도한 경작과 방목, 산림 훼손으로 토양이 황폐화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사막화가 지구 육지 면적의 약 20%에 달하는 3,600만㎢의 땅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는 국제적인 주요 관심사라고 지적했다. UN사막화방지협약(UNCCD)에 따르면 2억 5천만 명의 생명이 사막화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으며 2045년까지 1억 3천 5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사막화로 인해 환경 난민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는 인류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막화 방지의 날

사막화방지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 UNCCD)은 기후변화협약(UNFCCC), 생물다양성협약(UNCBD)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 협약 중 하나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UN환경개발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해 1994년 6월 17일 사막화방지협약이 채택되었으며1996년 발효됐다. 이는 국제 협약 중 유일한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 1994년 제49차 UN총회에서는 사막화방지협약 채택일을 기념하기 위하여 매년 6월 17일을 사막화방지의 날로 지정하였다. 2022년 사막화방지의 날 테마는 가뭄으로부터 함께 일어나자(Rising up from drought together)이며 개최국은 스페인이다. 이날을 기념해 개최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 규모의 행사가 진행되며 사막화에 대한 교육과 대처법에 관한 논의, 환경운동 등이 펼쳐진다.

사막화방지협약에 가입한 당사국들은 격년으로 당사국 총회를 여는데, 2022년에는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서 5월 9일부터 20일까지 15번째 회의(UNCCD COP15)를 진행했다. 주제는 ‘땅, 삶, 유산: 결핍에서 번영으로’(Land. Life. Legacy: From scarcity to prosperity)이며, 각국 정부, 민간, 시민사회 및 기타 주요 이해관계자의 리더가 모여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산인 토지의 미래와 지속 가능한 경영에 대한 진전을 촉구한다.

팬데믹에서 중대한 분쟁까지, 기후 위기에서 자연과 토지 손실까지. 

인류는 역사상 이렇게 복잡한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적은 경작지에 이렇게 많은 인류가 의존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의 땅과 토양이 이렇게 훼손된 적은 없었습니다. 

현 세태에 대한 진단은 무섭지만, 이대로 미루고 행동하지 않는 것이 훨씬 더 두렵습니다. 우리가 오래 기다릴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대책 마련은 더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 것이며, 그 결과도 더 끔찍해질 것입니다.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입니다.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이것은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회입니다.

이브라힘 티아우, UNCCD사무총장(UNCCD COP15 장관급 개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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