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열렸다. ‘COP 26’의 ‘COP’는 당사국총회를 뜻하는 ‘Conference of the Parties’의 약자이며, 숫자 ‘26’은 회의의 회차를 가리킨다. COP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회의가 열리지 못한 2020년을 제외하고 1995년 시작된 이후 매년 열렸는데, 2021년으로 26회째를 맞았다.
COP의 역사적 배경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와 더불어 민간단체가 주최한 ‘지구환경회의(Global Forum)’와 박람회 등이 함께 개최되었는데, 185개국 정치지도자, 외교관, 과학자, 언론 관계자, 비정부기구(NGO)등 2만 5천여명이 참석한 사상 최대규모의 국제회의였다.
이 회의에서는 최초로 환경문제를 국제 정치·경제·문화적 문제로 정의하였으며 이 관점은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인 관점이었다. 전 세계 대표들은 리우 회의의 주제였던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ESSD, Environmentally Sound and Sustainable Development)’의 달성을 위하여 기본 원칙이 되는 ‘리우 선언(Rio Declaration)’과 선언의 이행을 위해 21세기의 세부적 행동 강령을 담은 ‘의제 21(Agenda 21)’을 채택하였으며,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limatic Change Convention)’, 멸종 위기 생물과 생태계 보호를 위한 ‘생물 다양성협약(CBD, 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사막화 방지를 위한 ‘삼림 원칙(Forest Principles)’등을 체결했다.
이후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당사국들의 회의가 95년 베를린을 시작으로 매년 개최되었는데, 이 협약을 비준한 197개국을 ‘협약 당사국’이라고 부른다. 기후변화협약은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 흡수 현황에 대한 국가통계 및 정책이행에 관한 국가보고서 작성,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국내 정책 수립· 시행,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권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COP 26은 어떤 내용을 다루나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는 전 세계가 함께 모여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약속할 수 있는 유일한 공식 국제외교회의이다. 여기에서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들이 모여 협약의 이행을 검토하고 이에 필요한 결정을 내린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COP에서는 온실가스의 구체적 감축목표를 설정한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가 채택되었으며, 이후 매년 열린 당사국총회에서 감축의무를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긴 논란이 계속되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총회(COP21)에서 세계 197개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는 신기후체제를 규정한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Agreement)이 채택됐다. 파리협약을 통해 전 세계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합의하였고, 당사국들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 대한 국가 계획을 제시하고 5년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계획을 갱신하기로 약속했다.팬데믹 이후 첫번째 회담으로서, 2030년까지의 기후정치를 결정짓는 이번 COP26은 시점 상 2015년 파리협정을 도출한 COP21보다 중요하다고 평가되며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새로운 국제협약인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이 채택되었다. 다음은 COP26에서 채결된 내용이다.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k)
합의안에는 석탄 발전(coal power)과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COP 합의문에 석탄과 화석연료가 직접 언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2030년대 선진국을 시작으로2040년까지 개발도상국 등 전 세계가 석탄을 ‘퇴출’한다는 초기의 목표에서는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안에는 각국이 2022년까지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지구온도 상승폭 1.5도에 맞게 재검토하고 강화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선진국들이 2025년까지 개발도상국들의 이상기후 적응을 돕기 위한 기금을 두 배로 증액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아울러 이번 합의안에서는 파리협정 6조인 국제탄소시장 지침을 타결하면서 ‘파리협정 세부이행규칙(Paris Rulebook)’을 완결했다. 이를 통해 국가 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시장에 투명하고 통일된 국제 규범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감축분이 거래국 양쪽에 모두 반영되는 ‘이중계상’을 막을 수 있게 되었다.
COP26 특별정상회의(COP26 World Leaders Summit)
COP26 기간 중인 11월 1∼2일에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197개 국가 중, 대한민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12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COP26 특별정상회의가 열렸다. COP에서 특별정상회의가 열린 것은 2009년 코펜하겐, 2015년 파리 이후 세 번째였다.
100여 개국 정상들은 2030년까지 삼림 파괴를 중단하고 토양 회복에 힘쓰겠다는 ‘삼림·토지 이용 선언’을 발표했는데, 해당 합의에는 브라질을 비롯해 중국, 콜롬비아, 콩고, 인도네시아, 러시아, 미국 등 전 세계 숲 면적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참여했다.
또 105 개국이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는 ‘글로벌 메탄 서약’ 합의도 이뤄졌다. 해당 서약에는 미국과EU를 중심으로 전 세계 메탄 배출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참여했는데, 메탄 발생 상위 1∼3위 국가(중국, 러시아, 인도)는 참여하지 않은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미중 합의
중국과 미국은 전 세계 탄소 배출의 1, 2위를 차지하는 국가로 특히 중국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최근 패권 경쟁을 벌이며 서로에게 등을 돌렸던 미국과 중국이 향후 10년간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청정 에너지 전환에 있어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지금까지 자국 내 석탄 사용량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다루는 것을 꺼려왔던 중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긴급한 조치의 필요성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환경 운동가들과 정치인들은 양국의 예상치 못한 선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구체적 실천을 위한 정책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COP26 공동선언(COP26 Agreement)
2021년 11월 10일 COP26 의장국인 영국의 주도로 2040년까지 무공해차 생산 100% 달성을 위한 공동선언이 있었다. 주요 내용은 2035년까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의 주요 시장과 2040년 전 세계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는 100% 무공해 자동차가 되도록 노력한다는 것이다.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핀란드, 리투아니아, 폴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캐나다, 아르헨티나, 인도 정부가 서명에 참여했다. 기업 중에서는 볼보, 다임러, BYD, 재규어 & 랜드로버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 중국, 독일, 한국, 일본 등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 불참했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서명하지 않은 점이 해당 선언의 한계로 지적된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노력: 이제는 모두가 관심을 모아야 할 때
과학자들과 기후 전문가들은 2030년이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해왔다. 2020년과 2021년 사이 전 세계에는 전례 없는 이상기후 현상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파리협정 이후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탄소 배출 감축을 약속했으나 팬데믹이 일어난 2020년을 제외하고는 탄소 배출량이 매년 꾸준히 증가해왔으며 올해는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급등했다. 거대한 재앙으로 직면한 기후위기에 반해 대응 조치는 미미했다는 증거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기업가나 정부만이 하는 일이 아니다. 그레타 툰베리는 COP26 행사장 밖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하여 “변화는 저 안에서 오는 것이 아니며, 그들의 리더십은 진짜 리더십이 아니다. 진짜 리더십은 이런 모습”이라고 말하며 참여한 이들을 독려했다. 사회를 이루고 주권을 가지는 시민으로서 우리는 기후를 위해 소비하고, 투표하고, 행동하며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다. 지구를 지키는 리더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임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