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대응

미래를 읽는 단어, 기후 감수성

글로벌 이슈
2025.09.30

‘일상’ 이 되어버린 기상 이변

올해 2025년은 전례없는 날씨의 연속이었다. 폭염이 유럽 대륙을 휩쓸며 수십 년 된 가로수를 말라 죽게 했고, 남아시아를 강타한 슈퍼 태풍은 단 몇 시간 만에 수만 명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1]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끝없는 가뭄이 강바닥을 드러내며 식량 위기를 가속했다. [2]

더욱 두려운 사실은 이러한 날씨가 일시적인 ‘기상이변’이 아닌,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새로운 기준, ‘뉴노멀(New Normal)’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계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당연했던 날씨가 사라지는 일상.

그 속에서, 2025년이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기후 감수성(Climate Sensitivity)’이다.

‘기후 감수성’ 이란?

기후 감수성이란, 말 그대로 기후의 변화를 섬세하게 알아채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태도나 능력을 뜻한다. 우리가 마주한 기후 위기는 이제 ‘아느냐 모르느냐’의 영역을 넘어섰다.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실천의 영역으로 무게 중심이 완전히 옮겨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이다. 기후 변화를 더 이상 예측 불가능한 ‘이변’이 아닌, 매년 반복될 ‘상수(常數)’로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가 맞닥뜨린 새로운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적응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기후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

기후 감수성의 첫 번째 차원 : 소비의 변화

기후 감수성은 가장 먼저 개인의 소비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극한 기후가 일상에 자리잡으면서 주말의 야외 활동은 점차 자취를 감추고, 쇼핑몰과 같은 쾌적한 실내 공간으로 인파가 몰리는 것이 대표적이다. 패션업계에서는 시어서커(seersucker)와 같은 냉감 소재나 UV 차단 기능성 의류가 여름철 필수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3]

이는 기후 변화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는 핵심 이유, 즉 소구점(Unique Selling Proposition)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변화에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소비자가 될 것인지, 혹은 기후 위기 대응을 주도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기후 감수성의 두 번째 차원 : 비즈니스의 변화

기후 감수성은 기업의 생존 전략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날씨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산업은 변화의 양상이 더욱 크다. 푸드테크 업계는 최근 변화하는 작물 재배 환경에 맞춰 새로운 대체 식품을 개발하는데 역량을 쏟고 있다. 건축업계에서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이상기후에 대응하는 ‘기후적응형 건축’이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밥상도 예외는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해산물 중 하나인 오징어는, 대한민국 연근해에서 1년 전보다 42% 줄어든 1만3천546t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04년(21만3천t)과 비교하면 약 20만t이 줄어 16분의 1 수준이 됐다. [4]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후 감수성이 부족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며, 변화의 흐름을 읽고 혁신하는 기업만이 미래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이다.

기후 감수성의 세 번째 차원 : 공공정책의 변화

마지막으로 기후 감수성은 사회 시스템을 설계하는 공공정책의 변화로 이어진다. 기후 위기는 소득이나 지위와 무관하게 모든 사회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기에, 이를 조율하는 정책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복지 개념은 주로 소득 불평등과 같은 경제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 왔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과 한파는 에어컨이 없는 쪽방촌 주민이나 난방비에 취약한 에너지 빈곤층에게 더욱 혹독하게 다가온다. [5]

이처럼 기후 위기는 기존의 사회적 약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며 새로운 불평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우리는 정부에게 단편적인 복지 정책을 넘어, 모든 시민이 기후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기후 복지’라는 새로운 사회 안전망을 구축할 것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우리의 역할

그렇다면 기후 감수성은 우리의 삶, 특히 대학생의 공간인 캠퍼스에서 어떻게 발현되어야 할까? 캠퍼스는 이 글에서 다룬 세 가지 변화(소비, 비즈니스, 정책)를 모두 실험할 수 있는 사회의 축소판이자 가장 역동적인 공간이다.

첫째, 우리는 캠퍼스 안에서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다. 일회용 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고, 인쇄물이 필요할 땐 이면지를 적극 활용하며, 불필요한 비닐봉지 대신 에코백에 전공 서적을 담는 작은 습관이 바로 캠퍼스에서 실천하는 지속가능한 소비이다.

둘째, 우리는 미래의 비즈니스를 이끌 다음 세대이자 주역이다. 기후 감수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이다. 가장 보편적인 실천은 ‘배움’에서 시작된다. 당장 다음 학기 수강 신청을 고민한다면, 환경과 관련된 교양 강의를 하나쯤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지적인 탐색이야말로 기후 감수성을 기르는 가장 확실한 첫걸음이다. 나아가 우리의 전공 지식을 기후 위기 해결과 연결 짓는 지적인 노력은, 미래의 비즈니스를 변화 시키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어도 좋다. 캠퍼스 안에서는 기숙사나 중앙 도서관의 분리배출 시스템 개선을 건의하거나, 학생 식당에 음식물 쓰레기 저감 캠페인을 제안하는 작은 행동으로 시작할 수 있다. 나아가, 이 목소리를 캠퍼스 밖으로 확장할 기회도 열려있다. 정부의 환경 정책 서포터즈나 기업의 ESG 공모전 같은 대외활동에 참여하여, 우리의 아이디어를 사회의 변화로 직접 연결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기후 감수성이 캠퍼스 안팎에서 공동체를 바꾸는 정책적 목소리로 이어질 때, 비로소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는 진정한 첫걸음을 뗄 수 있다.

『트렌드 코리아』의 저자 김난도 교수가 말했듯, 기후 감수성은 ‘남의 문제가 아닌, 내가 실천해야 할 나의 문제’ 라는 인식이 핵심이다.

우리가 맞이할 미래의 모습은, 바로 오늘 나의 캠퍼스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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