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물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

생물다양성(biological diversity ; biodiversity)은 1985년 월터 G. 로젠(Walter G. Rosen)이 고안한 개념이다. 로젠은 생물다양성을 “지구상 생명체의 다양성과 그것이 형성하는 자연적 패턴”으로 규정했으며,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서는 생물다양성을 지구상의 생물종(Species) 다양성, 생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다양성(Ecosystem), 생물이 지닌 유전자(Gene)의 다양성을 총체적으로 지칭하는 말로도 정의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자원은 우리가 문명을 건설하는 기둥의 역할을 한다. 인간은 식량, 물, 의약품, 안정적인 기후, 경제 성장 등 많은 것을 생물다양성에 의존하고 있다. 전 세계 GDP의 절반 이상이 자연에 의존하며, 10억명이 넘는 인구가 생계를 숲에 의존하고 있다. 생선은 약 30억 인구에게 동물성 단백질의 20%를 제공하고 인간 식단의 80% 이상이 식물에 의해 제공된다. 개발도상국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의 80%가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전통적인 식물 기반 의약품에 의존한다. 또한 육지와 바다 생태계는 전체 탄소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흡수한다.

사라지는 생물다양성

생태계는 촘촘한 그물망과 같이 연결되어 있어서, 생물다양성은 생태계에 가해진 기후변화 등의 충격을 완화하고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하는 것을 돕는다. 그물망이 끊어지면 그물로서의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되듯, 생물다양성이 감소하면 생태계의 기능과 생존 능력도 감소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이 인간과 접촉하면서 인수공통의 전염병을 확대시킬 수 있음이 입증되었는데,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코로나 바이러스다.

그런데 생물 다양성은 지난 20년 동안 계속해서 급격히 감소해 왔다. 현재 최대 100만 종의 생물종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아마존 열대 우림과 같은 지구의 핵심적인 생태계가 삼림 벌채로 인해 탄소 흡수원에서 탄소 배출원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많은 양의 탄소를 흡수하는 염습지와 맹그로브 습지와 같은 습지는 지금까지 85%나 사라졌다.

세계자연기금(World Wide of Nature, WWF)이 발표한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과 2012년 사이에 척추동물의 개체 수가 58% 감소했고, 민물에 사는 종들은 같은 기간 동안 81%가 감소했다. 또한 오염, 서식지 파괴, 자원의 과도한 사용과 같은 인간의 활동은 생물의 멸종률을 증가시켰다. 유엔환경계획(UNEP)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생물의 멸종은 자연멸종 속도의 100배로 일어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 멸종 속도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1,000배에서 10,000배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1900년대 이후, 인간의 경제개발로 인해 생물의 멸종 속도가 그 이전에 비해 50∼100배 빨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생물 다양성 감소에 대한 위기의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또한 식품, 의약품 등 생물자원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발전하면서 생물다양성 보전의 필요성과 생물자원의 이용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1987년 6월 생물다양성 보전에 관한 국제적 행동계획을 수립하기로 결정하고, 일곱 차례의 정부 간 협상회의를 거쳐 생물다양성의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 및 유전자원의 이용을 통하여 얻어지는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목적으로 하는 최종 협약안, 즉 생물다양성협약을 작성하였다. 유엔은 1993년 12월 29일 생물다양성협약이 공식적으로 발효되었음을 선언했다. 이 협약은 기후변화협약(UNFCCC), 사막화방지협약(UNCCD)와 함께 유엔의 3대 협약으로 꼽히며 현재까지 196개국이 가입하여 협약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2년 12월, 중국이 의장을 맡고 캐나다에서 주최한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BD COP15)가 열렸는데, 협상 마지막 날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 (Kunming-Montreal Global Biological Framework, GBF)를 채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위 프레임워크는 사람과 지구의 이익을 위해 생물다양성 손실을 중단 및 역전시키고 2030년까지 자연의 회복을 촉진하자는 목표를 담고 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4개의 글로벌 2050 목표와 23개의 글로벌 2030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목표에 따라 4개의 광범위한 주제로 나뉘어진다. 여기에는 생물다양성 보존 및 복원, 인간에 대한 자연의 기여, 접근 및 이익 공유, 주류화 및 구현을 위한 도구 및 솔루션이 포함되어 있다.

2023년 테마 - 합의에서 행동으로: 생물다양성 재건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International Day for Biological Diversity, IDB)은 매년 5월 22일에 기념되는 국제기념일로서, 유엔이 생물 다양성의 보전과 관련된 이슈를 대중에게 알리고, 생물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채택한 날이다.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에는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과 이벤트가 전 세계적으로 개최된다. 이 날에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보전에 대한 정보 공유, 교육 프로그램,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한 캠페인, 식물과 동물의 보호와 복원을 위한 행사 등이 이루어진다. 또한, 이 날을 기념하여 정부, 비정부 기구, 학계, 시민 사회 등 다양한 단체와 기관이 협력하여 생물다양성에 대한 의식을 확산하고 관련 이슈에 대한 대화와 토론을 진행한다.

올해의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 주제는 “합의에서 행동으로: 생물다양성 재건”이다. 이 주제는 국제사회가 약속을 넘어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 보호하기 위한 가시적인 행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긴급성을 내포한다. 이번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은 쿤밍-몬트리올 국제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를 이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협약의 목표 및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SDG)와 같은 기타 국제 협약을 이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