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열대우림지 중 절반 이상의 규모를 차지하며 지구상 동식물 중 10% 이상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지구의 산소 20% 이상을 생성하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이곳이 불법 금 채굴로 인해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마존에는 상당한 수준의 구리, 주석, 니켈, 철, 보크사이트, 망간, 금 등이 매장되어 있는데, 라틴 아메리카에서 영세 소규모 금 채광(artisanal and small-scale gold mining, ASGM)은 수세기 동안 시골 가정의 생계 수단이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경제가 불안정해지고 금값이 치솟은 데다 최근 몇 년간 정부가 국가 개발 전략의 핵심 요소로 광업을 약속하고 투자를 장려하면서 무분별한 골드러시가 일어났다. 이제 뜰채나 접시를 이용해 맨손으로 금을 채취하던 원주민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고 각종 기업과 범죄 조직이 대규모 채굴에 뛰어들면서 삼림 벌채, 수은 오염, 범죄, 인권 유린, 원주민 공동체의 이주 증가 등 수많은 사회적, 환경적 파괴를 초래했다.
불법 금 채굴이 야기하는 환경파괴
불법 채굴업자들은 빽빽한 밀림 속의 작업장으로 접근하기 위해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이를 위해 무려 320여개의 활주로를 불법적으로 건설하면서 나무들을 베어냈다. 또한 중장비를 이용해 금 채굴을 하면서 하천이 오염되고, 산림 황폐화, 토양 침식, 토종 생물들의 서식지 파괴가 발생한다. 그 결과 포유류, 파충류는 서식지를 잃거나 목숨을 잃는다. 어류는 독성 물질 때문에 폐사하고, 벌레와 미생물도 모조리 죽는다. 하천은 생명력을 잃고 산림은 폐허가 된다. 뿐만 아니라 생계를 숲에 의존하는 원주민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금 채굴 과정에서 일어나는 삼림 벌채로 인해 금 1kg 생산 당 12.5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토착민과 환경권 보호를 목표로 하는 브라질의 비정부기구 사회환경연구소(Instituto Socioambiental, ISA)에 따르면 2020년 야노마미 원주민 토지의 약 2400헥타르(축구장 500개에 해당하는 면적)의 산림이 파괴됐다.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총 11,088제곱킬로미터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된 것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2008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남아메리카에서 맑은 물을 가진 지류 중 가장 큰 강인 타파조스(Tapajós)강은 2,100km를 흘러아마존 강과 연결되는데, 깨끗하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블루 리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불법 채굴업자들이 채굴과정에서 베어낸 나무와 진흙 등 매년 700만 톤의 퇴적물을 강에 버리면서 수백km에 걸쳐 강의 색이 혼탁하게 변했고 강변의 휴양지는 오염되어 관광객 접근이 불가한 상황에 처했다.
또한 금을 채취하기 위해 수은을 이용하면서 엄청난 양의 수은이 버려지는데, 금 채굴로 인한 수은 배출은 전 세계 수은 배출량의 35% 이상을 차지한다. 이 때 배출된 수은이 기화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생명체의 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된다. 특히 생명체에 침투한 수은이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면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큰 위협이 되는데, 수상 생태계에서의 수은 유입에 대해서는 연구가 되었지만 아마존과 같은 육상 생태계에서는 어떻게 작용할지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오스바우두 크루즈(Fiocruz) 재단이 세계자연기금 브라질 본부와 함께 진행한 검사에서 브라질 문두루쿠(Munduruku) 원주민들의 머리카락 샘플을 분석한 결과 검사를 받은 수백 명의 사람들 중 60%가 높은 수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6세 미만의 Munduruku 어린이 52명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는 그 중 9명이 기억력 결핍 및 학습 장애를 포함하여 수은 오염과 관련된 신경학적 증상을 보였다는 것을 발견했다.
불법 금 채굴을 이용한 범죄 증가
아마존은 감시가 어려운 우림 지역이기에 이를 노린 범죄 조직이 불법 금 채굴과 더불어 각종 범죄 행각을 저지르고 있다. 금 채굴 과정에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탈세, 밀무역, 위조문서 사용, 부정회계, 자금세탁, 무기, 마약, 야생동물 밀매 등의 범죄 행위들이 일어나고 있다. 2021년 5월에는 브라질 최대 규모의 범죄조직인 PCC가 경찰과의 총격전을 벌여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들이 주둔하고 있는 지역에서 살인 및 범죄율이 치솟았다.
또한 범죄 조직이 원주민 보호면역이 없는 새로운 질병을 퍼트리고 의료진의 접근을 통제하여 말라리아와 어린이 영양결핍 같은 보건 위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16,000명 이상의 인구를 포함하는 273개의 원주민 공동체가 피해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아마존의 아픔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
남아메리카에서 일어나는 비극은 가슴 아프지만 이들과 멀리 떨어져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피로 얼룩진 금은 우리의 휴대폰에, 귀금속에, 전기 자동차 속에 사용되고 있다. 이는 극심한 인권침해와 돌이킬 수 없는 생태계 파괴에 공모하는 행위임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브라질 원주민 협회(Association of Brazil’s Indigenous Peoples, APIB)와 아마존 워치(Amazon Watch)의 발표에 따르면 애플, 테슬라, 삼성,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폭스바겐, 포드와 같은 글로벌 IT 기업 및 자동차 업체들의 금 공급망이 아마존 원주민 영토에서 불법적으로 채굴된 금으로 오염될 수 있음이 확인되었다.
한편, 브라질 금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국가(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의 거의 모든 금 제련소도 공급업체 목록에 포함되어 있어 제품에 이 분쟁 상품이 포함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현재 브라질 금 수출의 47%가 불법 원산지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브라질 금 산업은 매우 복잡한 이해 관계와 폭력적인 생산공정을 가지고 있기에 강력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 우리가 아마존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마존의 불법 채굴의 폭발적인 증가와 숲과 그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위협에 대한 전 세계적인 대응의 일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