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플라스틱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OECD에 따르면 2060년까지 전 세계 플라스틱 사용량과 폐기량은 세 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재활용률은 여전히 9%에 불과하다. 문제의 해법은 분명하다.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1]

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2022년 유엔환경총회(UNEA-5.2)에서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2]
협상은 우루과이(INC-1), 파리(INC-2), 나이로비(INC-3), 오타와(INC-4), 부산(INC-5.1)을 거쳐 이번 제네바(INC-5.2)에 이르렀다. 핵심 목표는 플라스틱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청년이 만든 자리
이번 INC-5.2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전통적 외교 주체 사이에서 청년 그룹이 뚜렷하게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청년의 국제적 참여는 1992년 리우 지구정상회의에서 출발했다. 당시 채택된 의제 21(Agenda 21)에 따라 ‘유엔 아동 및 청소년 주요 그룹(CYMG)’이 설립되었고, 이들은 지난 수십 년 간 유엔 체제 안에서 청년과 국제사회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24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INC-5.1에서도 CYMG는 큰 목소리를 냈다. 글로벌 코디네이터 주하이르 아흐메드 코우시크(Zuhair Ahmed Kowshik)는 “오늘의 결정이 미래 세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며 청년의 책임과 권리를 국제사회에 환기시켰다.

YPAN의 출범
CYMG를 필두로 한 청년 운동의 성숙은 새로운 조직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2025년 8월 4일, INC-5.2 개막을 하루 앞두고 ‘청년 플라스틱 행동 네트워크(YPAN)’가 출범했다. YPAN은 CYMG라는 큰 우산 아래, 플라스틱 조약에만 집중해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결성된 연합체다.[3]

출범 과정에서 YPAN은 10가지 핵심 요구사항을 채택했다. [4]
- 플라스틱의 전체 수명 주기를 규제 대상으로 포함한다.
- 글로벌 목표를 세워 1차 폴리머 생산을 줄이고 화석연료 보조금을 폐지한다.
- 제품 성분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유해 화학물질을 제거한다.
- 조약에 인권·세대 간 형평성을 반영해 깨끗하고 지속가능한 환경과 생계를 보장한다.
- 생물다양성 보전을 위해 소비·생산 시스템을 전환하는 자연 친화적 접근을 의무화한다.
- 독립적 과학 연구와 토착 지식에 기반하고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한다.
- 안전하고 검증된 대체재 개발·확산을 지원하고 그린워싱을 방지한다.
- 생산자가 전 과정에서 책임지는 확대 생산자 책임제를 의무화한다.
- 재정 메커니즘을 마련하고 오염자 부담 원칙과 보조금 개혁을 시행한다.
- 조약의 개발·이행 전 과정에서 권리 기반의 포괄성과 투명·책임·접근성을 보장한다.
이 요구안은 플라스틱 문제를 단순한 폐기물 문제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시스템적 접근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5]
성과와 과제
YPAN의 출범은 청년 환경 운동이 ‘목소리’를 넘어 ‘행동’으로 성숙했음을 의미한다. 기성세대가 간과할 수 있는 혁신적 관점을 제공하며, 글로벌 현안에서 청년 참여의 새로운 모델이 될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하다. 출범 초기 조직인 만큼 장기적 기반은 아직 취약하다. 또한 국제 협상 테이블에서 요구되는 정책적 정교함은 보완이 필요하다. 복잡한 국제적인 문제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될 것이다.
앞으로의 길
안타깝게도 INC-5.2는 끝내 생산 규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구체적 일정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 [6]

국가 간 입장 차이가 점점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청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앞으로 남은 INC 협상 과정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실질적 행동으로 확장될 수 있다.
첫째, 청년들은 소비자 운동과 생활 실천을 통해 플라스틱 사용을 직접 줄이며, 현장의 경험을 국제 협상 테이블로 옮겨옴으로써 역할을 증명할 수 있다.
둘째, 다양한 토론 활동을 통한 학문적 접근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협상의 전문성을 보완할 수 있다.
셋째, 기성세대가 미처 보지 못한 미래 세대의 권익을 환기시키며 협약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다.

플라스틱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세대 간 의견 차이와 지속가능성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과제다.
무엇보다 청년의 참여는 곧 협약의 미래를 담보하는 조건이다. 국제사회가 이들의 제안을 실제 정책으로 반영할 수 있을 때, 플라스틱 문제 해결의 길은 한층 더 명확해질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가 풀지 못한 난제를 돌파할 수 있는 청년들의 창의적인 대안이 절실하다.
청년의 행동이 내일의 플라스틱 문제를 좌우할 분기점이 될 것이다.